연예인 박수홍은 지난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6년에 걸쳐 8개 사망보험에 들었다. 보험 총액만 수십억 원에 달한다. 각기 상해사망 6억 1500만 원, 질병사망 5억 1500만 원, 특정질병사망 3000만원 등이며 한 가지 항목으로만 수령 가능하다. 당사자인 박수홍은 보험 용도나 수령자를 제대로 인지 못 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수령자의 이익을 위해 보험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명의자가 사망보험으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범죄가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경우에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 드러났다. 현재 보험 가입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 가입 시 피보험자와 대면으로 충분한 설명 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의 생명을 담보로 계약을 체결하는 ‘타인의 사망(생명)보험계약’은 피보험자와 자필 서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전자 서명을 받더라도 피보험자를 직접 만나야 한다. 또 계약 과정에서 개인정보 확인 절차를 거치고 본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가입 동의 의사를 묻는 등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피보험자의 동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보험사마다 가입 조건이 다르지만, 생명보험료 30억 이내(지급액 기준)에서는 고령자가 아닌 이상 가입에 큰 제한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시 피보험자 자필 서명과 소득 수준을 적기는 하지만 소득 기재는 의무 사항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미 가입한 상품을 또 가입할 수 있는 중복 가입도 허용된다. 소득 대비 무리한 내도 뚜렷한 제재를 받지 않는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보험료 청구 시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보험사기조사부(SIU)를 통해 조사한다. 경찰에 수사 의뢰해 사건 추적의 단서를 제공한다.
이 같은 기업의 관리에도 이은해 사건과 같은 보험 살인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후 대응보다 가입에 대한 절차를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꾼들은 “처음부터 중복가입 등 과도한 보험 가입을 막아야 한다”, “보험금은 꼬박꼬박 받다가 지급해야 할 때가 되자 금액이 많다고 조사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어떤 의도로 가입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이를 위해 모든 가입을 제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피보험자 가족이 노후 대비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생명보험료 혜택을 받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동의 절차를 거쳤으나 보험 내용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박수홍 사건’은 불완전판매의 소지가 있다. 피보험자가 계약 당시에는 동의했더라도 추후 철회 의사를 밝히면 계약자 의사와 무관하게 해지를 할 수 있다. 또 형식적으로 동의했더라도 진정한 동의가 아니면 보험금이 지금 안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계약할 때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도록 설계사들의 윤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인지했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보험 살인 사건의 경우 SIU를 통해 모니터링 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