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값 인상 공포가 서울 부동산 시장을 덮치고 있다.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중단 사태를 맞은 강북권에 이어 강남권까지 여파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의 일반분양은 내년 하반기까지 연기될 전망이다. 방배5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308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재건축된다.
당초 지난해 11월 분양을 계획했지만 공사 현장에서 오염토가 발견되면서 올해 상반기로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건설 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분양가 산정을 위한 공사비 재협상이 불가피해졌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이) 내년 상반기도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6월 이후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공사비가 너무 올라 합의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분양가로 6000만원대 중반, 6500만원정도 돼야 원만하게 사업이 진행되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방배5구역 외에도 강남권 재건축 현장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와 서울 송파구 신청동 잠실미성·크로바 등도 공사비 증액을 놓고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반포3주구는 삼성물산이, 잠실미성·크로바는 롯데건설이 각각 재건축 시공을 맡는다.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은 최근 공사비 검증 업무를 담당할 업체 선정을 위해 입찰공고를 냈다.
지난해부터 상승을 이어오던 건설 원자재값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 영향으로 폭등했다. 지난해 t당 50~60만원 선을 기록한 철근값은 최근 100만원대로 약 두 배 뛰었다. 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레미콘 가격도 연쇄적으로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시멘트와 레미콘의 평균 매입가는 각각 17.1%와 4.9% 상승했다.
건자재값 영향으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서울 주요 건설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최대 재건축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과 은평구 역촌1구역 등도 분양가 산정 문제 영향으로 분양 일정이 미뤄졌다.
분양연기 여파로 서울 상반기 아파트 분양 물량은 76%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분석업체 부동산 인포에 따르면 서울 상반기 아파트 분양계획 물량은 지난 1월 말 기준 24개단지 9734가구다. 그러나 5월 중순을 기준으로 기존 분양물량과 6월까지 계획물량을 포함한 물량은 2350가구로 1월 말에 비해 75.9% 감소했다.
한편 건설 자재값 인상은 건설업계의 수주전 위축에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공사비용 30%를 차지하는 건설자재가 인상되면서 공사비 부담이 커졌고 수주를 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보다 수주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발주처에 공사비 인상에 따른 협조요청을 보내는 등 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