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mRNA 기술이 백신뿐 아니라 암 백신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립암센터는 27일 암과학포럼을 열고 mRNA 백신 기술 현황과 연구 전망을 공유했다. 포럼에는 △김혜영 한국화이자 상무 △양주성 에스티팜 상무 △이혁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김학균 국립암센터 항암신약신치료기술개발사업단 부단장이 참석했다.
김혜영 한국화이자 상무는 화이자의 mRNA 백신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험을 소개했다. mRNA는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DNA 정보를 전달한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몸 안에서 항원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mRNA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mRNA백신은 바이러스에 변이가 발생했을 때 백신을 변형해 신속히 대응하기 용이하다는 특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초 저온 보관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콜드체인이 갖춰져야 하며, 아직까지 안전성에 대한 임상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가장 중요한 항원은 스파이크 프로틴이다. 화이자의 백신을 비롯해 현재까지 개발된 모든 코로나19 백신이 이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화이자는 2020년 12월 미국과 영국에서 백신의 허가를 받았다. mRNA 백신 플랫폼이 상용화한 것은 화이자 백신이 첫 사례다.
mRNA 기술은 당초 백신뿐 아니라 암 치료 분야 연구에서 활용됐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김 상무는 “암 백신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들이 mRNA에서 확인되고 있고, 현재 바이오앤테크에서 복수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의미 있는 결과를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양주성 에스티팜 상무는 mRNA 생산에 관건이 되는 요소들을 소개했다. 에스티팜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국내외 기관과 협력해 코로나19 mRNA 백신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앞서 2018년도부터 mRNA 기술을 연구해 왔으며, GMP 생산 설비를 갖췄다.
mRNA 백신의 효과와 안정성에 중요한 요소는 지질나노입자(LNP)다. 그동안 mRNA 연구에서는 불안전한 구조적 특성을 극복하는 것이 난제로 꼽혔다. LNP는 mRNA가 인체에 주입된 이후 세포에 무사히 도달하고, mRNA의 단백질 발현을 돕는 기능을 하는 작은 지방 입자다.
에스티팜은 스위스의 제네반트 사이언스로부터 LNP 기술을 도입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GMP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향후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을 대량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생산을 수주한다는 목표다.
이혁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LNP 기술의 원리와 개발 현황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RNA 물질 자체는 구조적 안정성이 매우 낮아 체내 전달을 위한 제형화가 의약품 개발에 관건이다. 체내 mRNA가 LNP에 둘러싸여 전달되면, 혈중 단백질이 달라붙고 세포 내부로 들어가 엔도솜 장벽에 갇히게 된다. 이때 LNP의 주요 물질 중 하나가 장벽을 없애 mRNA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전달체로 활용하기 위한 LNP 연구는 mRNA 백신 등장 이전부터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이 교수의 연구실도 2014년 LNP를 개발, 2016년에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에스티팜과 협업해 LNP인 ‘Ewha1’을 개발하고 있다. 최신 LNP 연구는 면역 반응과 관련된 독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에 방점이 찍힌다.
암 백신 개발과 mRNA 백신 개발 등 두가지 분야에서 LNP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모두 인체 내에서 항원을 발현해 인체에 면역반응을 자극, 암이나 바이러스 등에 맞서도록 하는 원리다. 특히, 암 백신과 관련해서는 암세포를 인식하는 T세포 면역이 유도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증강제 ‘어주번트’를 접목하는 연구가 추진 중이다.
김학균 국립암센터 항암신약신치료기술개발사업단 부단장은 mRNA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항암 백신에 대해 소개했다. 암 백신은 비정상적인 암 세포의 변이 자체를 면역세포가 타겟으로 인식해 파괴하도록 하는 획기적인 기전의 치료제로 기대를 받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외 모두 임상시험 데이터가 부족해, 임상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암 백신 임상시험의 선두에는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가 있다. 국내에서는 식약처와 국립암센터, 제약기업, 학계가 협력 기반 공정을 구축하는 단계다. 김 부단장은 “국내 상황이 미국 등 선진국의 연구에 한참 뒤쳐진 상태”라며 “체계를 구축하고, 가장 적합한 환자를 찾아 임상시험에 들어가려면 국가 경쟁력을 총 결집시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