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평가전을 1대 5로 패배했다. 한국은 0대 1로 뒤지던 전반 31분 황의조(보르도)가 동점골을 넣는 등 전반 중반까지 나름 선전했지만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에게 페널티킥만 2골을 내주는 등 끌려간 끝에 완패했다.
한국은 이번 친선전에서 부상으로 김민재(페네르바체)와 박지수(김천 상무), 이재성(마인츠)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력 약화가 우려됐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브라질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내려앉지 않고 이전부터 꾸준히 추구했던 빌드업 축구로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압박해 들어오는 브라질의 전방 압박에 90분 내내 고전했다. 계속된 실수로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김민재가 빠진 중앙 수비진은 김영권(울산)과 권경원(감바 오사카)로 구성됐는데 브라질 공격수들의 개인기와 빠른 침투에 흔들렸다. 브라질은 골키퍼 최전방 공격수인 네이마르와 히샬리송이 공격 진영에서 강한 압박을 가하며 한국이 제대로 공격 전개를 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수비진이 무너지자 발 기술이 좋은 골키퍼 김승규도 연달아 실수를 범했다.
전반 25분 수비 진영에서 볼을 돌리다가 네이마르에게 공이 뺏기면서 실점 위기를 겪었다. 후반 시작 직후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재성이 빠진 중원도 흔들렸다.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이 공을 잡을 때 순간적으로 브라질 선수 2~3명이 에워싸 위험에 처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도와줄 선수가 없었다. 이재성이 없는 중원은 순간적으로 공간 커버에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브라질 미드필더들 전진을 허용했다.
결국 한국은 1대 3으로 뒤지던 후반 35분에도 황인범의 패스 미스가 빌미가 돼 쿠티뉴에게 4번째 골을 허용했다. 순간적인 백패스 실수를 브라질 공격수들이 압박하며 따냈고, 필리페 쿠티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 지었다. 이후 경기 종료 직전 가브리엘 제주스(맨체스터 시티)에게 까지 득점을 허용했다.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자 공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후방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점점 내려오는 시간이 많았다. 또한 후방에서 길게 날라오는 롱패스도 번번이 브라질의 탄탄한 수비벽에 가로막혔다.
그간 아시아 무대에서는 벤투식 빌드업이 효과를 봤지만, 브라질전 완패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강팀들을 상대하기 위해 더 세밀하고 정교한 빌드업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배웠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공수 양면에서 우리 실수가 나왔다. 스타일을 바꾸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빌드업 측면에서 다른 걸 시도할 생각은 있다. 리스크를 안고 플레이했다. 오늘 경기 공수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다. 마지막까지 실점한 건 공격 과정에서 문제는 아니었다. 경기를 다시 보고 분석해서 발전해 나갈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총평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