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전 마친 벤투호…그들이 남긴 것은

4연전 마친 벤투호…그들이 남긴 것은

기사승인 2022-06-15 18:34:08
이집트전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 베스트 일레븐.   대한축구협회(KFA)

우려와 가능성이 공존한 4연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와 평가전에서 4대 1로 승리했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대비한 모의고사격으로 열린 이번 4연전에서 벤투호는 2승 1무 1패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브라질(1대 5 패배), 칠레(2대 0 승리), 파라과이(2대 2 무승부), 이집트를 차례로 상대하며 본선 경쟁력을 시험했다.

드리블하는 정승현.   대한축구협회(KFA)

매 경기 소환된 김민재…계속된 수비 불안

벤투호는 이번 4연전 내내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4경기에서 총 8골을 내주며 경기당 평균 2골을 실점했다. 최종예선 10경기를 3실점으로 틀어막았던 벤투호의 단단한 수비력은 이번 4연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벤투호는 이번 4연전에서 김민재(페네르바체)와 박지수(김천 상무)가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팀의 주축 수비수와 대체 자원 1순위가 빠져나가면서 로테이션 가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는 부주장 김영권(울산 현대)과 권경원(감바 오사카), 정승현(김천 상무), 조유민(대전 하나시티즌) 등 총 4명이었다. 이 중 조유민을 제외한 3명이 번갈아 경기를 소화했다.

세 선수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2일 브라질과의 6월 A매치 첫 번째 평가전뿐 아니라 모든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전방 압박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골키퍼와 호흡이 맞지 않아 빠르게 공을 처리하지 못하고 쉽게 공을 빼앗기며 실점 위기를 초래했다

특히 지난 10일 파라과이전에서는 전반 23분 정승현이 파라과이의 패스를 차단한 상황에서 공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다 상대 공격수에게 공을 빼앗겼고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벤투호가 추구하는 빌드업도 수비진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벤투호 빌드업의 시작점일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김민재가 사라지자, 공을 제대로 전진시키지 못하면서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집트전이 끝난 뒤 수비진에 대해 “이번 소집에서 수비 불안을 본 것 같진 않다. 실수는 있었지만 경기를 치르다보면 나올 수 있는 것들이었다. 실수를 분석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수비라인 외에도 많은 걸 분석해야 할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득점 후 웃음짓는 손흥민.   대한축구협회(KFA)

어디에 둬도 만능…손흥민의 최적 포지션은?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한 선수는 단연 손흥민(토트넘)이다.

손흥민은 이번 A매치 4연전에서 유일하게 모두 선발 출전했고, 칠레전을 제외하고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칠레전은 후반 추가 시간에 교체 아웃됐는데 이는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한 손흥민이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도록 배려한 벤투 감독의 선택이었다.

손흥민은 이번 4연전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브라질전에서는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고, 칠레전부터 파라과이, 이집트전까지 3경기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경기 중에는 상황에 따라 다른 선수들과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뛰었다.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은 손흥민은 좌우 측면으로 크게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어 동료들의 침투를 도왔다. 또한 자신이 공을 잡았을 때는 특유의 빠른 드리블 돌파로 상대의 진영으로 공을 운반, 수비를 흔들었다.

이집트전에서는 황의조와 투톱으로 선발 출전했지만, 사실상 프리롤(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포지션)에 가까웠다. 황인범(FC서울)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플레이 메이킹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의 미드필더들이 이집트 압박에 전진을 못하자 중원까지 내려와 동료들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임무를 소화했다. 이날 한국의 선제골은 손흥민이 중원에서 길게 연결한 패스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어디에서 뛰어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만큼 월드컵에서 손흥민의 포지션은 상대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높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의 포지션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을 많이 했다. 다른 전술 시스템에서도 활용 가능한 선수”라면서 “스트라이커와 윙어 모두 가능하다. 이집트전은 둘 중 하나로 출전할 예정이다. 1선에 3명이 서면 윙어로, 1선에 2명을 세우면 스트라이커로 활용할 계획이다. 어떤 전술로 나가느냐에 따라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라과이전 동점골을 올린 뒤 환호하는 정우영(오른쪽).   대한축구협회(KFA)

주축 선수들 줄 부상 속 정우영·엄원상은 눈도장

이번 4연전에서 벤투호는 최정예 전력을 활용하지 못했다. 김민재와 박지수 외에도 이재성(마인츠05)이 부상으로 6월 소집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소집 기간에도 전력 이탈은 이어졌다. 황희찬(울버햄튼)은 칠레와의 2번째 경기를 마치고 기초 군사훈련을 위해 대표팀을 떠났다.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사드)과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서울)은 각각 칠레, 파라과이전을 마친 뒤 부상으로 중도하차했다.

핵심 선수들의 이탈로 벤투호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김민재가 빠진 수비는 4경기 동안 불안함을 드러냈다. 주전 미드필더들이 차례로 부상을 당한 중원은 상대 압박에 고전하고,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소득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측면 자원인 1999년생 막내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엄원상(울산 현대)이 활약을 펼치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 4연전에 모두 출전한 정우영은 칠레와 2차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량과 이타적인 플레이로 벤투호의 공격 전개에 큰 힘을 실어줬다. 황희찬의 결승골까지 어시스트했다.

파라과이와 3차전은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패배 위기에서 구해내며 최우수 선수(MOM)에 선정됐다. 이후 정우영은 이집트와의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하며 벤투호의 새로운 2선 자원으로 거듭났다.

엄원상은 칠레전부터 이집트전까지 3경기 연속 교체로 투입돼 벤투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장기인 빠른 스피드로 ‘조커’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파라과이전에서는 정우영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고, 이집트전에도 조규성의 쐐기골을 돕는 등 공격포인트도 챙겼다.

주전 미드필더들의 잇단 이탈로 이집트 전에서 A매치 선발 데뷔전을 치른 고승범(김천)은 빼어난 체력을 앞세워 왕성한 활동량과 기동력으로 인상적인 경기를 선보였다. 후반 8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물러났지만, 가능성을 입증했다.

벤투 감독은 이집트전이 끝난 뒤 “이재성은 합류하지 못했고 황희찬은 반만 소화하고 군대에 갔다. 박지수도 소집되지 못했다. 정우영은 부상으로 3, 4차전에 나오지 못했고 황인범은 마지막 경기에 못나왔다”라며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된 거 같다. 다른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된 거 같다. 우리와 함께 처음 경기를 한 선수도 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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