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야구인가, 예능인가. 채널을 돌리다 JTBC ‘최강야구’를 본 시청자들이 헷갈리기 쉽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쓰는 좋은 경기장에서 수십대의 카메라가 프로야구 중계처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비춘다. 심판진과 해설진, 치어리더와 응원가, 거기에 익숙한 야구 선수들이 온 힘을 다해 경기를 펼치니 예능보다 야구 중계에 가깝단 생각을 해도 무리는 아니다.
‘최강야구’는 채널A ‘도시어부’, ‘강철부대’로 익숙한 장시원 PD가 JTBC 이적 후 처음 내놓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낚시와 군인에 이어 이번에 야구 예능에 뛰어들었다. 해설진이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큼 치열했던 덕수고와의 1차전이 첫 방송된 이후 야구의 매력을 느낀 시청자들이 호평하고 있다. 처음 ‘최강야구’를 구상한 순간부터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을 섭외한 기준, 중계를 위해 공들인 점, 야구 경기에서 예능만의 재미를 담으려 한 연출 포인트까지. 최근 장시원 PD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누며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강야구’의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촬영 전부터 선수 섭외와 훈련, 구장 섭외 등 많은 준비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PD님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선수 섭외를 시작한 시기와 첫 경기가 열린 시기는 언제였는지, 그리고 처음 구상했던 ‘최강야구’의 첫 모습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무척 오래전부터 야구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야구 종목 특성상 어려운 점이 많았고, 선수 수급도 쉽지 않아서 망설였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섭외를 위해 선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첫 경기인 덕수고 1차전은 지난 4월25일 촬영했고요. 야구를 야구답게 하는 팀을 만들자는 목표로 ‘최강야구’를 구상했어요.”
- 이미 프로리그에서 은퇴한 선수들에게도 방송 출연은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몸 상태가 달라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을 것 같고요. 은퇴 선수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그리고 섭외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대학생과 독립리그 선수들은 어떻게 섭외했는지도요.
“현재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했어요. 야구를 가장 야구답게 그려내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그래서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를 주로 선발했습니다. 추가 인원이 필요한 포지션은 전국을 누비면서 본 아마추어 선수를 선발했고요.”
- 선수들이 오랜 기간 몸을 만들고 첫 경기부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스스로 경쟁력을 매번 증명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싫어 은퇴했는데 이걸 또 하고 있다는 선수 멘트도 방송에 나왔고요. 고액 연봉도 받지 않고 선수들을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건 뭔까요. PD님이 이 같은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딱 한 마디 했어요. “부끄럽지 않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요.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자신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몸을 만들어 왔더라고요.”
-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솔직한 선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방송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 이를 의식해서 더 이상 솔직한 모습이 안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방송을 본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선수들도 방송을 무척 재밌어했어요. 촬영할 때도 여전히 솔직한 편이고요.”
- 실제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촬영과 화면 구성, 해설진, 심판진, 치어리더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하나 고려할 것들이 정말 많았을 것 같고, 그만큼 충실하게 구현돼서 이입하기 쉬웠습니다. 야구 중계 제작진이 제작에 참여한 것인지, 어떤 점에 특히 신경 써서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야구단을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실제 야구를 중계하는 중계팀과 기존 예능팀, 두 팀으로 나눠서 카메라팀을 꾸렸어요. 중계팀은 야구 중계에 집중했고, 예능팀은 선수들의 감정과 경기장 분위기를 담는 것에 집중했어요. 또 선수들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시설이 좋은 야구장에서 경기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경기를 진행했어요.”
- 얼핏 야구 중계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 예능이라서 가능한 장면도 많았습니다. 더그아웃과 마운드에서 선수들과 감독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떻게 작전을 지시하는지, 누상에서 주자들은 수비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는지, 해설진은 쉬는 시간에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등 많은 카메라와 마이크로 실제 경기 깊숙한 면까지 보여줬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이 장면들을 넣으려고 기획하신 걸까요. 인상에 남는 대화나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멘트가 있었을까요.
“처음부터 그렇게 기획했어요. 야구 중계 너머의 재미를 찾고 싶었거든요. 야구팬으로서 경기 중 궁금했던 순간들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감독이 마운드에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등이 실제 야구 경기와 다른 ‘최강야구’의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경기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승엽 감독이 “이기자… 이기자…”라고 혼잣말한 장면이 기억나요. 저에겐 그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 ‘최강야구’ 1회는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과 긴장, 2회는 부상 등 신체적 한계에 대한 테마가 잘 느껴졌습니다. 3회부터는 상대팀 선수들의 스토리와 각 순간의 의미를 짚어주는 연출이 눈에 띄었습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경기 내용을 스토리로 풀어내는 것에 한계가 올 것이고,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올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전력이 강해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 같은 불안요소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신가요.
“‘최강야구’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재밌을 거예요. 경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강한 팀이 나올 거니까요. 강력한 상대 팀에 대처하는 최강 몬스터즈의 이야기가 재밌을 겁니다.”
-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로 방송을 편성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 인기가 떨어졌다는 얘기가 들리는 상황에서 ‘최강야구’가 다시 야구붐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온라인 반응을 보면 ‘최강야구’로 야구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된 시청자도 많더라고요. 제작진이나 선수들도 한국 야구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하고 있는지, 프로야구와 연계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거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프로야구와 무언가를 따로 준비하진 않아요. ‘최강야구’가 한국 야구에 미치는 영향 또한 의식하고 있진 않아요. 하지 많은 사람들이 야구 종목 자체에 흥미를 느끼길 바라요. 야구가 더욱 사랑받으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