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을 위한 경기였다.
토트넘 훗스퍼는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친선경기 ‘팀 K리그’와 맞대결에서 6대 3으로 승리했다. 전반전을 1대 1로 마쳤지만, 후반에만 7골이 터지는 난타전이었다.
이날 경기의 최대 관심사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그간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수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토트넘의 유니폼을 입고는 한국에서 처음 경기를 가진다. 앞서 2017년에도 토트넘 선수단 일부가 방한한 적이 있지만, 경기는 치르지 않고 행사에만 참여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콘테 감독은 로테이션을 가동했고, 손흥민과 해리 케인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은 대거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전이 1대 1로 끝난 뒤 양 팀은 대거 교체를 단행했는데, 케인은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그라운드 밖에 있었다. 순간 ‘호날두 노쇼’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이는 콘테 감독의 배려였다.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손흥민을 위해 콘테 감독은 박수를 받을 시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손흥민은 후반 2분 에메르송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 때 경기장을 찾은 6만 관중은 손흥민을 향해 엄청난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다. 평소 경기에서 볼 수는 없는 장면이었다.
후반 23분 토트넘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팀 K리그의 미드필더인 아마노 준이 손흥민의 코너킥을 막으려다 손으로 공을 건드렸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손흥민. 원래 토트넘의 페널티킥 키커는 케인이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득점왕 레이스를 펼칠 때도 페널티킥은 늘 케인이 찼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케인 손흥민에게 직접 공을 던져줬다. 한국 팬들 앞에서 득점 기회를 양보한 것이다.
손흥민은 침착하게 득점을 마무리했다. 골키퍼 김영광의 방향을 보고 가볍게 차 넣었다. 이후 손흥민은 추가골까지 터트리며 멀티콜을 완성했다.
경기가 끝나고 손흥민은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 관중 속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뛴 것은 처음”이라며 “많은 응원에 감사드리고 덕분에 재밌는 경기를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페널티킥 장면에 대해 “원래 전담 키커는 케인인데 공을 던져주면서 나에게 차라고 했다”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끝으로 그는 팬분들께 한“국 사람으로 너무 자랑스럽고 제가 뛰는 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팀 동료들도 감사의 마음을 꼭 대신 전해달라고 말했다”라며 “리그에 돌아가서도 보내주신 응원을 잊지 않고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