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 최강팀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가 내년부터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끝나는 추춘제로 치러진다. K리그는 난감한 입장이 됐다.
AFC는 지난 1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23~2024시즌 ACL 일정 변경 등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변경안에 따르면 2023~2024시즌 ACL은 내년 8월 8일 1차 예선을 시작으로, 9월 18일에서 12월 13일까지 조별리그를 진행한다. 16강부터 펼쳐지는 토너먼트는 2024년 2월 12일부터 4월 24일까지 치러지며, 결승전은 2024년 5월 11일(1차전)과 18일(2차전)에 열린다.
AFC는 ACL을 추춘제로 변경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전 세계적인 리그 시즌에 맞춰 이적 시장을 동기화함으로써 아시아 상위 클럽들이 더 나은 선수와 감독을 영입할 수 있게 하고, 클럽 경기를 연간 균등하게 배분해 국가대표팀 경기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ACL의 추춘제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오일 머니를 앞세운 서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아시아 클럽들은 자국 리그를 추춘제로 치르고 있어 리그와 ACL을 동시에 진행하기를 원해왔다.
기후 등의 영향으로 춘추제로 리그를 치르고 있는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지역 국가들은 ACL의 추춘제 전환이 반가울 리 없다.
ACL에 참가하는 K리그 구단은 자칫 1년 내내 경기를 뛸 처지에 놓였다.
K리그는 2월 말에 개최해 11월에 시즌을 마무리하는 편이다. FA컵의 경우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결승전을 치른다. 이후 12월부터 2월까지 약 3개월 동안 비시즌을 준비한다.
내년에 ACL에 참가하는 구단은 휴식기를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ACL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시즌은 시즌대로 치러야 하고, ACL을 위해 휴식기에도 계속 팀을 운영해야 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리그와 ACL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ACL 조별리그가 펼쳐지는 9월과 10월은 K리그 순위 싸움이 막바지인 시기다. 매년 치열한 상위권 경쟁이 펼쳐지는 K리그 구단들은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ACL 조별리그까지 병행해야 해 선수단이 자칫 과부하에 걸릴 수 있다.
K리그가 ACL을 위해 시스템을 추춘제로 바꾸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해 겨울에 축구 경기를 하기 좋은 기후가 아니다. 겨울에 축구를 하면 가뜩이나 내림세를 겪고 있는 관중 수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따른다. 잔디 문제도 뒤따라 K리그에서는 추춘제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ACL에 참가하는 4팀을 위해 리그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사실 무리가 있다. 축구가 실내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겨울에 시즌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이라면서 “AFC가 공개한 일정에 맞춰 연맹이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일정을 조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