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유망주’ 이강인(마요르카)이 깨어났다.
2018년 10월 발렌시아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3시즌 간 62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이에 이강인은 새로운 도전을 선언하고, 발렌시아와 계약을 해지하고 마요르카로 이적을 택했다.
하지만 이적 첫 시즌 이강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리그 30경기(교체출전 15회)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당 평균 출전 시간이 46.9분에 불과했다. 이적 초반에는 주로 선발로 뛰었지만, 새로운 감독이 오고 포메이션이 4-4-2로 바뀌자 입지가 좁아지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최우수선수)을 받으면서 미래가 창창해 보이던 유망주였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좀처럼 제 진가를 드러내지 못했다. 올 시즌 미래도 불투명했다. 시즌에 앞서 여름 이적시장에서 포르투갈, 네덜란드 리그 이적설이 돌았다.
그는 차기 시즌을 앞두고 잔류를 택했다. 팀이 치른 프리시즌 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좋은 활약을 펼치며 차기 시즌 주전 미드필더로 낙점받았다.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이강인은 곧장 정규 시즌이 개막하고 제 진가를 드러냈다. 시즌 개막 후 치른 3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출전 시간도 89분으로 지난 시즌 대비 대폭 상승했다. 지난 21일(한국시간) 레알 베티스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더니 28일에 열린 라요 바예카노와 맞대결에서는 시즌 1호 골을 터트렸다. 이강인의 득점은 지난해 9월 레알 마드리드전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시즌 첫 골을 신고한 이강인은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MOM)에 선정됐다. 슈팅 3개(유효슈팅 1개), 키패스 2회, 패스 성공률 81%, 볼 터치 35회 등 뛰어난 공격 지표를 보였다. 축구통계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강인에게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인 7.3점을 부여했다.
이강인이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체제에서 ‘제 옷’을 입었다는 평이다. 이전 감독들은 이강인을 주로 측면에 배치해 윙어와 같은 플레이를 주문했지만,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에게 ‘프리롤(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이강인이 주로 선발 명단에는 왼쪽 윙어로 이름을 올리지만, 중앙과 오른쪽 등 포지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위치에 뛰어다니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는 중이다.
이전에 약점으로 지적받던 공을 끄는 플레이, 몸싸움 등도 개선됐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볼 소유 시간을 줄이고, 수비에서는 과도하게 거친 플레이 대신 효율적인 압박 플레이를 보여주는 등 이전보다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아기레 감독은 최근 이강인의 활약상에 대해 “이강인의 움직임이 한결 자유로워 보였다. 압박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보조 역할을 하는 선수가 더는 아니다. 이강인은 우리 팀에서 가장 재능이 넘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며 “이강인에게 우리 팀에서 중요한 선수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고 극찬했다.
이강인이 태극마크를 되찾을지도 관심을 끈다. 이강인은 지난해 3월 일본과 평가전 이후 1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이강인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계속 보여준다면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도 쉽사리 외면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