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카툰 ‘윤석열차’를 수상작으로 뽑아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한 일을 두고 예술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시사만화협회는 5일 낸 ‘윤석열차 외압 논란에 대한 성명서’에서 ‘자유!’라는 단어만 33차례 썼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연설에서 자유를 33회 언급한 것을 패러디한 성명으로 풀이된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책임을 묻겠다는 문체부 입장을 “공적 지원에 대한 승인을 빌미로 예술가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으로 규정한 규탄 성명을 냈다.
민예총은 성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자행된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판박이”라며 “문체부 장관은 이 사태를 당장 해명하고 장관직에서 사퇴하라. 참담한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후원 승인 취소를 시행하겠다는 콘텐츠 정책국의 담당자들을 엄중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전날 밤 SNS에 ‘고등학생 작품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입장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102억 원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웹툰협회는 “이는 행태를 아예 대놓고 거리낌 없이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이라며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시급히 거두고 해당 학생 및 만화창작자들, 더 나아가 대한민국 문화예술인들에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화영상진흥원은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를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린 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전시했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했다. 만화영상진흥원이 후원명칭 사용 승인을 어겼다며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이후 국정감사에서 “학생 작품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만화공모전을 정치오염 공모전으로 변색시킨 만화진흥원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하며 “(이번 논란에)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