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는 게임 아닙니까?”…진흥과 규제 사이 선 메타버스

“제페토는 게임 아닙니까?”…진흥과 규제 사이 선 메타버스

기사승인 2022-10-06 16:59:36
네이버 제트 김대욱 대표에게 질의하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   류호정 의원실

메타버스 내 게임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이견이 갈리고 있다. 정부가 메타버스와 게임 간 규제를 구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메타버스 내 게임 역시 국내 게임산업법에 의거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체부 상대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네이버제트가 서비스하는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 내 게임 유통을 위해 자체등급분류 사업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네이버제트에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 일부 콘텐츠가 게임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며 게임 등급분류에 대해 안내했다. 이후 제페토 등 메타버스 콘텐츠가 게임물로 분류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네이버제트에 따르면 제페토 내 4만여 개 콘텐츠 중 게임 요소가 포함된 콘텐츠는 52개다.

류 의원은 타 게임사의 게임과 제페토 내 게임을 영상으로 비교하면서 “왜 제페토 내 게임에 대해서만 다른 가이드가 적용돼야 하냐”고 물었고, 김 대표는 제페토가 콘텐츠 제작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는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대상에 대해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기획을 하고 마케팅을 한다”며 “제페토 콘텐츠는 매출을 목적으로 한다기 보다 체험이나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가 훨씬 더 다양해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 의원은 “비영리나 교육 목적이어도 게임이다”이라며 “제페토만 왜 예외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페토 콘텐츠 4만개 중에 게임은 52개 정도로 0.1% 비중인데 게임법 적용을 받으면 제페토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류 의원의 질의는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제페토 측에 게임 등급분류 안내를 고지하면서 메타버스를 게임물로 분류할지에 대해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문체부는 메타버스에 게임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문체부는 지난달 6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 메타버스 내 게임이 게임법 적용에서 제외되면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불법게임물 규제 한계와 사행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 같은 신사업에 기존 게임 규제 잣대를 적용해서는 산업 발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부는 올해 안으로 메타버스와 게임물을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를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를 공식 출범했다.

정책위는 출범식을 통해 메타버스 등 신산업을 위한 규제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게임물과 메타버스 구분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하고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용어 정의 및 자율규제를 포함한 메타버스 특별법, 메타버스 콘텐츠 진흥 법안 제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메타버스 진흥책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문체부도 과기부와 함께 신(新)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문체부와 과기부가 합의한 내용은 △국내 메타버스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동등경쟁 기반 마련 △메타버스 신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 및 성숙 유도 △메타버스 생태계 전반의 규제 비용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자율규제 정착 도모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메타버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ICT 업계에는 화색이 돌고 있다. 그동안 메타버스 사업이 사행화 방지를 이유로 환금성을 금지하고 있는 게임 규제를 받으면서 사업이 위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게임업계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대상으로 규제가 풀리면 게임사가 역차별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일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는 메타버스와 같은 경제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면서 “NFT(대체불가능토큰) 기반의 P2E(플레이투언) 게임이 국내 서비스를 할 수 없었던 것은 결국 게임법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타버스에서 동일하게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면, 제재 대상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메타버스를 비롯해 P2E 등 가상세계 플랫폼의 국내 허용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 전반을 규제하고 있는 게임산업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방안 토론회’에서 “게임법의 사행성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면 1990년 슬롯머신 사건,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처럼 사고가 터질 때마다 땜질 처방해 산업계·게임이용자 모두 신음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누더기가 된 게임법을 뜯어고치려면 사행성게임물 제도의 전면적인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이라고 강조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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