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상대인 EDG를 첫 경기에 만나서 긴장이 좀 됐었는데,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 할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되게 좋은 기분이 연속될 것 같아요.”
‘2022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구마유시’ 이민형은 왠지 좋은 예감이 든다.
T1은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홀루 시어터에서 열린 2022 롤드컵 그룹스테이지 A조 1일차 경기에서 중국의 EDG를 23분 만에 완파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A조 내 난적으로 꼽혔던 EDG를 잡아내면서 8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이민형은 “연습과 스크림을 했을 때 성적도 좋았고 (티어) 정리도 잘 된다고 생각해서 연습 때처럼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후 두 번째로 출전하는 롤드컵이지만, 유관중 앞에서 치르는 롤드컵은 이번이 처음이다. 압박이 될 법도 한데 이민형은 이날 무대로 올라서면서 관중이 가득 들어찬 관중석을 천천히 눈으로 훑더니, 이내 활짝 미소를 짓는 여유를 보였다. 이민형은 “그룹스테이지부터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재밌었고 오랜만에 경기하니까 되게 재밌었던 것 같다”며 “나는 되게 여러 상황에서 웃음을 짓는데 많은 팬분들이 있고 경기를 하러 왔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돼서 긴장도 되고 재미있기도 해서 웃음이 조금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T1은 이번 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시비르-유미 조합을 꺼냈다. 이민형은 “연습 과정에서 좋은 픽이었다고 생각했다. 연습했던 대로 잘 나와서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고대했던 ‘바이퍼-메이코’ 듀오와의 맞대결 소감도 전했다. 그는 “우리가 좀 받는 픽을 했었는데 되게 잘 때리더라. 처음에 좀 잘한다고 느꼈다. 그래도 오늘 이겨서 다음에 만났을 때는 칼 대 칼로 진검 승부도 해보고 싶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T1은 당초 EDG와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페이커’ 이상혁(아칼리)을 위시해 전 라인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감탄을 자아냈다.
이민형은 “서머가 끝나고 저희끼리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많은 휴식도 취했다. 롤드컵에 와서는 다 같이 한 뜻으로 열심히 연습을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경기력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비결을 전했다.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라인전 단계에서는 긴장을 많이 하기도 해서 그렇게 잘했던 것 같지 않다. 한타에선 난이도가 조금 쉬웠다. 편하게 경기해서 점수는 50점 정도 주겠다”며 웃었다.
서머 시즌과 다른 패치 버전으로 진행되는 롤드컵은 유독 변수가 많은 대회다. 메타를 빠르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팀이 으레 소환사의 컵을 거머쥔다. 그렇다면 이번 메타는 T1에게 어떨까.
이민형은 “메타가 계속 바뀌긴 해서 완벽하게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우리가 자신 있어 하는 부분들이 몇 개 있는 것 같다. 이대로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T1은 이번 롤드컵을 앞두고 그간 팀을 이끌었던 ‘폴트’ 최성훈 감독 대신 ‘벵기’ 배성웅 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스카이’ 김하늘 코치도 추가로 합류했다.
이민형은 “새롭게 감독 코치님이 바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들은 질서와 소통, 신뢰와 같은 부분들이다. 그런 부분들을 조금 보완했다. (우리가) 지각을 원래 좀 많이 했었는데 지각률이 낮아졌다거나 팀들끼리의 소통이 좀 더 원활해졌다”며 긍정적인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 코치에 대해선 “상혁이 형, 벵기 코치님과 이전에 알던 사이라서 연결점을 이어주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선수들한테는 좀 친근한 형 느낌으로 팀 분위기를 풀어주고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머 시즌 들어 다소 흔들린 이민형은 앞서 타 매체 인터뷰에서 ‘게임을 하던 이유를 잊고 있었는데, 비로소 다시 찾았다’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당시 떠올렸던 건 ‘처음’”이라며 “데뷔하기 전의 열정, 예를 들면 우승을 하는 모습을 떠올렸던 밤들, 그런 것들을 좀 되찾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솔직히 MSI랑 서머 때 내가 부진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고, 나 역시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돌아온 느낌으로 우승까지 달려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되게 단편적으로 보기 때문에 못하면 못한다고 하고 잘하면 잘한다고 한다. 잘하는 모습만 보여줘서 ‘얘는 잘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게끔 해주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민형의 가장 큰 무기는 ‘자신감’이다. 그는 이것이 ‘실력’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민형은 T1이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자신감엔 항상 근거가 있다. 그래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뉴욕=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