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의대 부속병원에서 정신과 수련의를 마친 저자는 일리노이 주립병원 정신과 의사로 30년, 다시 개업의로 18년을 보내고 은퇴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 편의 소설이다. 그 또한 한 편의 소설로 살아왔다.
저자가 ‘우리의 뿌리 고국’ 편에 “고향 강경(충남 논산)에서 군산까지 가는 통통배 여객선의 고동 소리가 그리 듣고 싶어 매일 같이 같은 시간 뒷산에 올라 가슴 조이던 나를 회상해 본다”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늘 아득한 그리움을 안고 살았다. 가족이든, 이웃이든, 고향이든 세월의 먹먹함이 그리움을 낳았고 그 누구도 그리움의 본질은 알 수 없다.
그는 코엘로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넓은 세상이 보고 싶어 집을 떠나는 목동 아들에게 아버지가 말한 문장을 통해 그리움을 분석한다.
“네가 세상을 다 돌아본 후에야 네가 자란 산천과 우리네 여인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그에게 한 환자가 있었다. 다섯 살에 입양되던 해 양부모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러니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기회가 사라졌다. 그는 또 다른 양부모 밑에서 잘 자라 좋은 직장을 얻었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는 항상 떠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일말의 친부모의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그는 삶의 의미가 점점 옅어졌고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다 신부의 권고로 정신과 의사 천양곡을 찾았다.
“당신이 부럽군요.”
환자는 저자가 고향 금강의 물줄기와 하구 서해안을 둘러보고 오겠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환자는 정체성을, 그리움을 찾고 싶어 했다. 그것은 천양곡도 마찬가지다.
천양곡을 말한다.
“불행했던 과거든 아니든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사람 대부분은 삶에 대한 의욕이 높아진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내 환자가 우울증에서 완전히 회복되면 인빅투스 시인처럼 세상을 원망하며 살기보다 계속 자기 뿌리를 찾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마음이 스스로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저서의 글 대개는 임상 체험과 성찰을 통한 삶의 선험(先驗)을 담고 있다. 인간 내면에 대해 이해를 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 환자가 뿌리를 찾고자 하는 여정과 같다.
저자는 ‘붙잡고 싶은 인연’ ‘떠나보내고 싶은 기억’ ‘삶의 굴레의 한 가운데서’ ‘따분한 인생살이’ ‘연필 가는 대로’ 등 총 5부로 나누어 정신과 전문의로서의 메시지를 전한다(선인 刊·2만8000원)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