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 초대형 IB(투자은행) 및 대형 증권사 6곳의 CEO가 이르면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와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 종료된다. 내년 3월에는 최현만·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등의 임기가 끝난다.
이들 증권사 대부분은 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KB증권(-52.6%) △신한투자증권(-76.9%) △미래에셋증권(-62.3%) △한국투자증권(-76.06%) △하나증권(47.6%) △키움증권(-37.0%)이다.
주식시장 침체로 거래대금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저조했고, 금리상승과 자금조달 시장 위축, 환율 급등으로 투자은행(IB) 부문도 부진했다는 것이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실적만으로 CEO의 임기 여부를 결정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시적인 환경으로 인해 증권사의 실적이 안 좋게 났기 때문에 평가 요소로서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리스크에 대처를 얼마나 잘했는지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부문에서 이익을 낸 CEO가 연임에 긍정적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IB(기업금융) 부문 수익에 따라 회사별 실적이 엇갈리면서 CEO들의 IB 운용 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B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CEO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와 김성현 KB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IB 부문을 보강해 지난해 순이익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정 대표는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 I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글로벌사업본부’를 설치했다. 또 IB2 본부 산하에 ECM 부와 인수 영업3부를, PF 그룹 아래는 PF 전략부를 각각 신설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1054억원으로 전년 동기(1892억) 대비 44.2% 감소했다.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부진하며 금융 자문 수수료가 1173억원에서 563억원으로 급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IB수수료 수익은 IB에 주력하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감소 폭이 크다. KB증권의 IB(기업금융) 관련 수수료 수익은 650억원으로 전년 동기(998억원)대비 34.9% 줄었다. 누적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2716억) 대비 20.3%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전년 동기(422억) 대비 16.4% 감소한 353억원을 기록했다.
한투증권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861억원, 순이익은 9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6.06%, 85.43% 감소했다. 1~3분기 영업이익 누적 금액은 5050억4000만원이다. 올해 4분의 3이 지난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1조 클럽’ 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급격한 금리상승과 자금 조달시장 위축, 환율 급등으로 기업금융(IB) 부문 실적 감소 및 외화채 환산손실 발생 등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이 안 좋으면 CEO의 다음 행보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특히 IB 부문 등 특정 부문에 능통한 사람을 대표 자리에 앉혔다면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 대표를 이어받을 만한 뚜렷한 인물이 없어 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