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이기영(31)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29일 경기북부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고 이기영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25일 이기영이 검거된 이후 나흘 만에 얼굴과 나이 등 신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날 오후 열린 심의위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심의위엔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변호사, 언론인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범행수단의 잔인성, 재범 가능성, 국민 알권리를 고려해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이기영은 지난 28일 60대 택시기사 B씨와 50대 동거녀 C씨를 살해하고 은닉한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이기영은 지난 20일 밤 11시쯤 음주운전을 하다가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기사 B씨(60대)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 집으로 유인한 뒤 둔기로 살해해 시신을 옷장에 은닉했다. 범행 직후 이기영은 B씨의 휴대전화, 신분증, 신용카드로 온라인 신용대출을 받아 5000만원가량을 챙겼다. 또한 B씨 가족에겐 ’아빠 바빠‘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 행세를 했다. 범행은폐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1㎞가량 떨어진 인근 공터에 B씨의 택시를 버리고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했다.
이기영의 범행은 평소와 다른 어투의 메시지를 이상하게 여긴 B씨 가족의 신고로 드러났다. B씨 가족은 “아버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문자로만 답한다”며 25일 새벽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같은 날 오전 11시20분쯤 파주시 이기영의 집에서 그의 여자친구 D씨가 “남자친구 집 옷장 속에 시체가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확인 결과 B씨의 시신으로 확인됐으며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둔기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이기영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소재 파악에 나섰고 낮 12시쯤 고양시 일산 백병원에 있던 이기영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기영을 상대로 조사하던 중 현재 거주지가 타인 명의로 돼 있는 점을 수상히 여겨 그를 추궁했고 이기영은 “지난 8월 동거하던 전 애인 C씨도 살해한 뒤 파주시 공릉천에 유기했다. 범행도구는 함께 버렸다”고 자백했다. 또 C씨 명의 카드로 2000만원가량을 유용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이기영의 진술을 토대로 유기 지점에 수색인력을 투입해 C씨 시신과 범행도구를 찾고 있다.
경찰은 이기영이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돈을 노린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경찰은 지난 26일 이기영에게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28일 이기영에게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