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으로 극단적 선택 몰고 간 가해자, 징역 6개월 선고

태움으로 극단적 선택 몰고 간 가해자, 징역 6개월 선고

을지대병원 ‘태움’ 선배 간호사 실형 선고
법원 공탁 반영해 법정 구속은 벗어나

기사승인 2023-01-10 20:00:35
서울의료원에서 열린 故 서지윤 간호사 추모 조형물 제막식에서 어머니가 딸의 얼굴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후배 간호사를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만들었던 의정부 을지대병원 선배 간호사에게 징역 6개월이 내려졌다. 

10일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 재판부는 2021년 11월 폭행 및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배 간호사A씨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피해 보상을 위해 법원에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A씨는 같은 병원 소속 신입 간호사인 B씨를 괴롭히고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병원 내 CCTV와 피해자 휴대폰을 통해 A씨가 B씨에 폭언하거나 멱살을 잡고 흔드는 행위 등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멸적 표현과 멱살을 잡는 행위 등 폭행 정도는 경미하지 않고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내렸다. 이어 “의료계에서 자행되는 속칭 태움이라고 하는 악·폐습에 대한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B씨는 남자친구와 친한 동료에게 ‘태움’ 피해에 대해 호소해오다 2021년 11월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을 지칭하는 용어다.

태움으로 인한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은 2018년 故박선욱 간호사, 2019년 故서지윤 간호사 때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사건들은 병원의 책임에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하도록 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의 산업재해 선례를 만들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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