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논쟁에 지방은 더 깊은 한숨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논쟁에 지방은 더 깊은 한숨

기사승인 2023-02-15 18:50:53
강원 춘천시 남춘천역에서 시민들이 경춘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논쟁이 번지고 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지방은 만성 적자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15일 코레일에 따르면 경춘선과 ITX 청춘열차의 경우 2021년 기준 302억 적자를 기록했다. 경춘선(유료 기차인 ITX 청춘열차 제외)의 노인 탑승 비율은 24.4%다. 코레일 관계자는 적자에 대해 “무임승차의 영향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5년 동안 부산도시철도의 한 해 평균 적자는 1271억원이다. 특히 2021년 적자액 1948억원 가운데 1090억원(전체의 56%)이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의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로 알려졌다.

강원과 부산의 경우 이미 지난 2020년과 2021년 이미 만 65세 이상이 20%가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같은 상황에 강원과 부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강원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3만7000명으로 전체 인구 수153만6498명의 22.1%가 고령인구로 조사됐다. 부산은 전체 인구 331만7812명 중 21%(69만2000명), 대구는 236만 3691명 중 18%(42만6000명)가 고령인구다.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어설 경우 초고령사회로 본다. 전국 평균 고령인구 비중은 17.5%다.

먼저 부산은 무임승차 연령 조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부산시는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지만 무임승차 손실 보전과 관련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과 대구 등 6개 지자체 도시철도 운영 기관과 공동으로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부산교통공사는 서울과 대구 등 전국 5개 도시철도 운영 기관과 함께 지난 9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무임승차에 따른 도시철도 운영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구했다.

강원도는 버스의 경우 연령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춘선의 경우 열차를 운행하는 코레일과 강원도가 “연령 상향을 담당하지 않는다”고 답해 확인 불가했다. 버스에 한에 강원도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올 들어 한차례 요금 인상을 했기 때문에 당분간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요금인상 또한 무임승차보다 버스 경영 악화로 인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대구시는 오는 7월부터 버스와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상향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버스 무임승차 연령을 75세 이상부터 매년 1년씩 내리고 도시철도는 65세부터 매년 1년씩 올린다고 밝혔다. 2028년부터 버스와 도시철도 무임교통을 70세 이상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고령화 따른 상향 당연한 것” vs “복지차원 현행 유지해야”

이 가운데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 춘천역에서 만난 김유진(25‧가명)씨는 “고령화에 따라 연령 상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하철 적자가 노인들의 무임승차에 따른 것이고 노인이 늘어나는 만큼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경(24)씨도 “춘천의 경우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 노인이 절반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고령화 시대이기도 하고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에 거주 중인 배진성(30‧가명)씨도 “복지만 위하다 보면 철도 서비스의 전반적인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배씨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이용하는데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여러모로 파급력이 떨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인의 이동성 보장과 여가활동, 복지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실제 지역관광 관계자는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춘천 방문객 전체 비중의 14.5%는 60대로 15.7%의 30대와 차이가 근소하다”고 말했다. 또 “신용카드 소비액으로 비교해도 전체 비중의 12.8%가 60대다”며 “14.3%인 20대와 차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임승차 연령 상승할 경우 관광객 규모와 관광소비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성일·이진학 서울연구원도 “노인의 이동성을 보장할 경우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신성일·이진학 연구원은 “노인의 이동성 보장으로 따른 의료비, 기초생활 수급 예산 지원, 우울증 예방 등의 절감액은 연간 약 3600억원이다”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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