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10.6% 증가한 7만5359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 11월 7만6천319가구를 기록한 이후 10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20년 장기 평균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발표한 물량 보다 1만 가구나 많다.
이 가운데 84%는 지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시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1만3445가구로 집계됐다. 민간분양 청약경쟁률은 고작 0.5대 1에 그쳤다.
미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것은 주택시장의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 고금리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해 아파트 실거래가가 지난해 초부터 하락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의 입주 5년 이내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월 3223만원에서 올해 1월 3100만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5636만원→5433만원), 경기(2984만원→2808만원) 등도 모두 하락했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사람들이 분양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주변 시세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실거래가격은 2020년에 거래하던 가격 수준이지만, 분양가격은 2022년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도 분양가는 오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753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 평균 1522만원으로 조사 이래 처음 1500만원 선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상승세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지난 2020년과 비교했을 때 2022년 아파트 실거래지수는 1.7% 하락한 반면, 건축자재는 35.8% 상승, 임금은 10.1% 상승, 토지가는 7.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상승에 따라 금융비용도 2배 이상 증가했고, 떨어진 주변시세에 분양 가격을 맞추면, 돈을 벌기는커녕 잃기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준공 지연에 따른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까지 준공 예정인 신탁사 사업장 중 234곳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89건이 손해배상책임이나 신탁계정 회수 지연등 리스크가 있는 현장이다. 책임준공 기한을 어겨 대위변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공사 원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시행사 및 시공사가 자금난에 빠진 것이 원인”이라며 “주택 업황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신호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며, 지표로는 바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