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많은 거리엔 반드시 네컷사진관이 있다. 한두 개가 아니다. 서울 연남동 600m 정도 되는 거리에 네컷사진관만 14개. 길을 걷다 어디서 멈춰도 셀프사진관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어느 브랜드 네컷사진관에 가는 것이 좋을지 모를 때다. 각 브랜드마다 조명, 프레임, 촬영 소품 등 특징이 모두 다르다. 원하는 사진관을 골라 찍는 즐거움은 때론 선택하기 어려운 무거운 고민이 된다. 국내 거리에서 가장 만나기 쉬운 네컷사진관 브랜드 네 개를 직접 이용하고 비교해봤다. 입구 앞에서 이게 정말 옳은 선택인지 멈칫하는 네컷사진 입문자들, 혹은 하나의 브랜드만 믿고 찍어온 우직한 이들의 다양한 선택에 도움이 되길.
원조는 원조 ‘인생네컷’
들어가면서 : 2017년 탄생한 인생네컷은 길을 걷다 가장 자주 마주치는 브랜드다. 네컷사진을 국내에 정착시켰다고 할 수 있는 대표 브랜드로 지점수만 236개다. 머리띠와 소품, 사진 프레임이 다양한 편이다. 디즈니, 잔망루피, 최고심 등 다양한 캐릭터와 협업한 프레임도 있으니 참고할 것. 유명 연예인과 함께 사진 찍는 느낌을 낼 수도 있다. 스페셜 프레임은 5000원으로 기본 프레임보다 1000원 비싸다.
나오면서 : 사진은 살짝 흐릿하면서도 ‘뽀샤시’한 느낌이 특징이다. 회색빛이 도는 탁한 분위기도 있다. 다른 네컷사진관 사진이 휴대전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으로 찍은 느낌이면, 인생네컷은 기본 카메라로 찍은 느낌이다. 배경색은 주로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 등 밝고 쨍한 편이다. 밝은 배경과 새로운 프레임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
깔끔 그 자체 ‘포토그레이’
들어가면서 : 2017년 탄생한 포토그레이는 회색 톤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는 브랜드다. 지점수는 131개로 쉽게 찾을 수 있는 편. 무인 사진관 공간이 큰 편으로 서울 연남점에는 여섯 개의 부스가 있다. 또 무인으로 운영되는데도 매장을 잘 관리하는 느낌이다. 다른 무인 사진관은 머리띠나 소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포토그레이는 정리가 잘되어 깔끔했다.
나오면서 : 실제 모습에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진이 특징이다. 기본 조명 덕분에 특별한 보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다른 네컷사진관 사진이 필터를 씌운 느낌이면, 포토그레이는 필터보다 밝기를 높여서 보정한 느낌이다. 입은 옷 색깔도 눈으로 보는 것과 가장 비슷했다. 기본 배경색은 회색이고, 블라인드를 내리면 분홍색, 초록색, 하늘색 등 다양한 배경이 나온다. 과한 보정이나 필터 대신 자연스러운 사진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
힙하다 힙해 ‘비룸스튜디오’
들어가면서 : 2021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비룸스튜디오는 이용자들에게 특히 ‘힙’한 곳으로 꼽힌다. 지점수는 50개로 적은 편. 흰색 간판과 유리 사이로 파란색 톤 디자인이 매장이 감싸고 있다. 흰색과 파란색 레터링이 적힌 네온 조명과 레터링 조명 등을 활용한 포토존도 눈에 띈다. 단순한 색 배합과 ‘비룸’을 뜻하는 알파벳 B를 활용해 깔끔하면서도 포인트가 눈에 띄도록 했다.
나오면서 : 사진은 과하지 않은 색감과 자연스러움이 조화를 이룬다. 카메라 위에 2개, 양옆 각 1개씩 총 4개의 조명을 사용해 유독 밝다. 다른 네컷사진관은 조명이 너무 밝으면 과한 필터를 사용해 이목구비가 사라지는 느낌이지만, 비룸스튜디오는 뿌연 느낌 대신 밝은 느낌을 잘 살리는 점이 인상적이다. 배경색은 진한 편으로 파란색과 보라색이 있다. 가장 무난한 네컷사진관 중 하나가 아닐까. 네컷사진을 처음 찍거나 기본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감성 한 스푼 ‘하루필름’
들어가면서 : 지난해 생긴 하루필름은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네컷사진관이다. 인플루언서들이 사진 촬영을 하며 유명해진 브랜드로 한때 주말에 2시간씩 대기해야 했을 정도. 빠르게 늘어난 지점수가 116개에 달한다. 5000원이면 증명사진 촬영도 가능해 인기가 높다. 매장 내부는 작은 편이다.
나오면서 : 사진은 뽀얗고 차가운 느낌이 특징이다. 휴대전화 카메라 앱 필터를 이용했을 때의 느낌도 든다. 갈색 트렌치코트가 아이보리색으로 보일 정도로 색이 바래는 편이다. 하늘색 배경이 하루필름의 시그니처 컬러다. 이외에도 분홍색, 연보라색 등 파스텔 톤 배경이 있다. 이목구비가 진한 사람에게 추천.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