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방의회, ‘제 식구 감싸기’ 권익위 권고안도 무시

전북 지방의회, ‘제 식구 감싸기’ 권익위 권고안도 무시

비위로 징계처분 받은 지방의원도 의정비 지급

기사승인 2023-05-03 11:06:19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가 징계처분을 받아 출석이 정지되거나 비위행위 등으로 구속된 의원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정비(월정수당+의정활동비+여비)를 지급하고 있어 논란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출석 정지 징계나 구속당한 지방의원에게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지방의회의원 의정비 예산낭비 방지 방안’을 마련해 전국 243개 광역·기초의회에 제도개선을 권고한 것에 정면 배치되는 사안이다.

권고안에는 출석 정지기간 의정비의 1/2을 감액하고, 질서유지 의무 위반에 의한 출석 정지는 3개월간 의정비 미지급을, 경고·사과 처분을 받을 때는 2개월간 의정비의 2분의 1을 감액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출석정지 기간도 현행 30일에서 90일까지 확대하는 등 징계기준을 강화하도록 했다.

권익위가 최근 8년간 제7기(2014년 7월~2018년 6월)와 제8기(2018년 7월~2022년 6월) 전국 지방의원 징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방의원 131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출석 정지된 97명이 2억 7230만원의 의정비를 받았고, 구속된 38명에도 6억 5228만원의 의정비가 지급됐다.

전북도의회는 지난해 9월 송승용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서 그해 11월 출석 정지 30일의 징계를 의결했다. 하지만 이 기간 공식 의정활동을 할 수 없었음에도 송 의원은 한달 의정비 467만원을 지급받았다. 

이와 관련 전북도의회는 권익위 권고가 내려진지 5개월이 지난 오는 15일 개원하는 임시회에서야 권익위 권고에 따라 조례를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주시의회도 향후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을 뿐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조차 없는 실정이다. 특히 전주시의회의 경우 출석 정지나 제명 등 중징계 사유 발생에도 경징계로 일관, 권익위 권고를 무색케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지난해 8월 송영진 의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072% 상태로 주차하다 도로에서 잠이 들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민주당 전북도당은 송영진 의원에 대해 당원권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의결했지만, 전주시의회는 ‘공개경고’라는 경징계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달 박형배 의원은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격리 기간 중 위도 인근 해상에서 자신의 보트를 타고 낚시를 즐기다 들통이 났다. 박 의원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돼 법원으로부터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전주시의회는 ‘경고’ 조치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2021년에는 송상준 의원과 한승진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송 의원은 전주시 덕진구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2%로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됐고, 한승진 의원은 완산구 삼천동의 한 도로에서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다. 당시 전주시의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이들에 대해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 처분을 내렸다. 
출석 정지가 징계가 가능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전주시의회는 경징계로 일관했으며, 의정비도 그대로 지급됐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원에 대한 징계는 제명,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공개 사과, 경고 네 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법원에서 벌금 이하의 형벌이 확정되거나 탈세, 면탈 등이 아니면 지방의원들이 제명당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전주시의회가 자체적으로 규정한 징계 수위는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면 경고나 공개 사과,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다 해도 출석정지일 뿐이다. 금품수수나 이권개입, 인사청탁, 성희롱, 성폭행을 저질로도 출석정지 30일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던 듯 의회활동을 할 수 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관계자는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의 행태에 대한 지적이 많이 우리도 관련된 입장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라며 “시민의 혈세로 조성된 의정비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감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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