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4주기 추도식이 거행됐다. 총집결한 여야 지도부는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기리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께서 꿈꿨던 역사의 진보도 잠시 멈췄거나 과거로 일시 후퇴한 것 같다”며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인근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이날 추도식에는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를 포함해 약 100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등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이 함께 자리했다.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김진표 의장은 추도사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정치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를 앞둔 여야가 목전의 유불리를 고심하다 이번에도 정치개혁에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며 “권력의 절반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꼭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대통령님의 간절한 그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진영정치와 팬덤정치를 넘어 우리 정치를 능력 있는 민주주의로 바로 세우겠다”며 “대통령님께서 저 하늘에서 활짝 웃으시며 ‘야, 기분 좋다’ 하실 수 있도록 간절하게, 온 정성으로 정치개혁의 유업을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는 묘역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가 다시 퇴행하고 노 전 대통령께서 꿈꿨던 역사의 진보도 잠시 멈췄거나 과거로 일시 후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민주주의의 발전, 역사의 진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행사 참석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은 고난 앞에서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이 됐다”고 적었다.
그는 “기득권에 맞아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당당히 앞으로 나아갔던 그의 결기를 기억하자”며 “너무 더딘 것 같아도 또 패배감과 무력감에 다 끝난 것처럼 보여도 역사는 반드시 전진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겸손과 무한책임이라는 ‘노무현의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며 “당을 둘러싼 위기 앞에 겸허했는지 철저히 돌아봐야 진정한 쇄신이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 인사들도 이날 추도식에 대거 참석했다. 참여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직을 수행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추도사를 진행했다. 이진복 정무수석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박완수 경남지사도 자리했다.
한 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님은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시대 정신을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셨다”며 “그 중 가장 힘쓰셨던 국정과제는 바로 국가 균형 발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서나 누구나 다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꿈꾸신 뜻을 이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를 겪는 지금 더욱 절실한 문제에 정부는 중앙의 권한을 과감히 지방에 이양하고 국가 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기현 대표는 추도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전 김영삼(YS)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생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뿌리를 이뤄 온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다시 한번 새기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과 철학이 다르더라도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고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