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전쟁이 긴 터널을 벗어나 엔데믹(풍토병화) 수순으로 돌입했다.
31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부터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된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 발생한 이후 약 3년 5개월만이다.
경북에서는 2020년 2월 19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신천지와 청도지역에서 확진자가 대규모 확산되면서 지역사회가 마비되는 상황에 이른다.
우리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라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 적용되면서 큰 불편을 겪었으며,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결정과 함께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감안해 일상 회복의 조치가 내려졌다.
중국 ‘우환폐렴’으로 출발한 코로나19
코로나19가 세계 최초 보고된 것은 2019년 12월 31일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다. 때문에 초기 코로나19가 아닌 '우한폐렴'으로 불렸다.
국내 첫 확진자는 35세 중국인 여성이다. 국내 1차 대유행은 같은 해 2월 17일 신천지 신도로 알려진 31번 확진자로부터 촉발됐다.
이후 코로나19는 급속히 확산되면서 약 3년 6개월간 일곱 차례 대유행이 이어졌다. 지난 2020년 11월 3차 유행 시 일일 확진자가 1240명까지 치솟아 최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지난 2월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최대 만 명대에 머물던 일일 확진자는 지난해 3월 17일 62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지난해 3월 24일 하루에만 469명 발생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는 지난해 7월 초부터 오미크론 BA.5 변이가 주도하면서 위력이 크게 약화됐다. 전파력은 높지만 치사율은 낮아지면서 엔데믹(풍토병화)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북도, 코로나 발생률 전국 최저
경북도 코로나19 상황은 31일 기준 누적 확진자 144만 3425명, 사망자 2114명에 이른다. 확진자는 일평균 600명, 사망자는 일주일에 1명 발생한 셈이다.
사망자는 연 초 대비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지만, 확진자는 지난 4월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이와 같은 유행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진단·검사, 치료·병상, 백신·치료제 등 방역·의료 대응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경북도는 인구대비 코로나19 발생률이 55%로 전국(60.9%)에서 가장 낮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지역주도로 펼친 경북의 방역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방역 패러다임
경북도는 방역의 변곡점마다 △복지시설 예방적 코호트 시행 △경북형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 △동네 병·의원 신속항원검사 진료비 지원 조례 제정 △요양병원 음압형 환기장비 △ 응급실 음압격리실 설치 등 방역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2020년 3월 사회복지시설에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자 외부 감염원 차단을 위해 적격적으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이 조치에 도내 564개 복지시설에 종사자 9478명이 참여해 시설 내 추가 확진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아 집단시설 감염차단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받고 있다.
또 침체된 지역 경제 회복으로 위해 2021년 4월 전국 최초로 인구 10만명 이하 12개 군 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시행한 것도 주목받았다.
이로 인해 신용카드 매출액이 10%이상 증가하는 등 지역 경기가 활기를 띠며 방역과 경기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와 함께 2022년 2월 전국 최초로 경북도에 주소를 둔 도민에게 병·의원 신속항원검사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해 도민 안전과 복지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2022년 5월 사망자 다수가 발생한 요양병원·시설에 음압형 환기장비를 설치해 확진자와 사망자를 감소시켜 전국으로 시행하는 수범사례가 됐다.
경북도, 새로운 팬데믹 발생 대비 공공의료 강화
지난 3여 년간 이어진 코로나19는 의료체계가 취약한 경북도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공공보건의료 강화의 필요성은 더욱 간절하게 다가왔다.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과 사망으로 인해 도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안전과 번영에 관련된 문제로 이어지면서 공공보건의료체계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지난 2월 지방의료원 운영 전략을 포함한 경북형 공공보건의료 협력강화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자구책에 나섰다.
또 지난 5월에는 지역 대학병원 등 7개 병원과 3개 지방의료원, 경북도 의사회, 경북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참여하는 ‘경상북도 공공보건의료 협력강화 추진단’도 출범시켰다.
특히 상급병원이 없는 경북도의 현실을 감안해 단기적으로는 공공의 역할을 맡고 있는 지방의료원의 최우선 과제인 전문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임상실무 전문성 강화를 위한 공동 교육훈련도 운영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도민의 건강과 필수의료 보장을 위한 지역협력 보건의료사업과 함께 새로운 팬데믹 발생을 대비하는 계기로 준비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철우 지사는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팬데믹 대응은 중앙이 계획하고 지방이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며 “지나온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확인된 공공의료의 인프라, 의료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