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승리를 따낸 젠지가 1세트 ‘펄’ 패배를 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젠지e스포츠는 19일 서울 상암 콜로세움에서 열린 ‘2023 발로란트 챔피언스 최종 선발전: 퍼시픽’ 탈론e스포츠와 2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2대 1로 승리했다.
‘2023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퍼시픽(VCT)’에서 최종 6위로 마감했던 젠지는 탈론에 밀려있다가 2세트와 3세트를 연달아 승리해 극적으로 상위 라운드로 진출했다. 3라운드에 진출한 오는 20일 팀 시크릿과 맞대결을 가진다.
경기가 끝나고 ‘엘마푸디’ 크리스토퍼 테빗 젠지 감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기였다. 1세트 ‘펄’을 이겼어야 했다. 공격에서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스크림이나 다른 팀들과 경기를 했을 때 공격에서 이 정도로 말린 적이 없었다”라며 “다행히 3세트 ‘헤이븐’에서 집중을 해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탈론과 정규 시즌 맞대결 당시 기세에서 눌렸는데, 집중력을 발휘하고 팀 분위기의 발전이 보였다”고 총평했다.
인터뷰실에 동석한 ‘메테오’ 김태오는 “힘든 경기였다. 시간이 생각보다 체감상 빨리 지나간 것 같다”라며 “쉽게 이겼어야 했는데, 1세트부터 말리다보니 힘들게 이겼다”고 첨언했다.
평소 정석적인 조합을 활용하던 젠지는 1세트에는 평소 쓰지 않던 ‘게코’를 활용하더니 2세트 ‘스플릿’에서는 세이지와 사이퍼로 이어지는 투 감시자 조합을 썼다.
이와 관련 테빗 감독은 “‘펄’ 공격을 제외하면 작전과 픽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게코를 활용한 건 ‘TS’ 유태석의 스탯을 반영했다”라면서 “스플릿 투 감시자 조합은 조정할 게 있지만, 연습한대로 잘 조정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젠지는 이날 흐름을 타다가도 한 라운드를 내주면 급격하게 분위기를 내주는 경우가 잦았다.
테빗 감독은 “전략적인 부분은 ‘바일’ 이성재 코치에게 전달하려 했다. 정신적인 부분은 내가 한국어를 하지 못하기에 코치님에게 맡겼다”고 했다. 김태오는 “코치님께서 세트가 끝날 때 마다 문제를 소통하며 짚어주셨고, 작전 타임 때는 콜적인 미스를 잡아줬다. 콜이 꼬인다 싶으면 침착하게 풀어주셨다”고 첨언했다.
젠지는 ‘2023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퍼시픽’에서 정규리그를 6위로 마감했다. 저조한 성적에 김태오는 잠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김태오는 “사실 퍼시픽 시작 전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내 실력으로 퍼시픽에 있는 다른 팀들을 모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생각보다 젠지라는 팀의 압박 때문인지, 다른 팀이 잘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내 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손도 떨리면서 심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어 “그래도 일련의 시기를 겪고 나니 다시 게임이 재밌어졌다. 또 대회에서 이기니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김태오는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팀을 두고 “사실 해외 팀의 경기를 자주 봤다. 한국 팀이랑 스크림 할 때마다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다”라며 “패배할 때 마다 ‘우물 안 개구리’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3라운드에서 만나는 팀 시크릿을 두고 김태오는 “탈론과 마찬가지로 좋은 팀이다. 택틱적인 부분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우리끼리 의사소통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VCT 퍼시픽에서 이겨봤던 상대이기에, 조금의 긴장을 하면서 이기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테빗 감독은 “잘 준비해서 우리만의 경기를 하겠다. 오늘 실수를 조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라면서 “실수를 조정해서 우리만의 게임에 집중하고, 소통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