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차전지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몰렸던 투자수요가 분산되는 모양새다. 이미 다수 종목에서 수급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게임주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올해 1분기부터 지금까지 내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투자자들에게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증권사에선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현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2차전지 대장주로 분류되는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코스피에 상장한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등 4개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134조8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주가는 지난 7월26일 모두 장 중 최고치를 넘어섰다. 당시 기록한 합산 시가총액은 173조8587억원이다. 8월15일 기준 시가총액 집계치와 비교할 경우 22.40%(38조9605억원) 감소했다.
2차전지주에 몰렸던 투자 자금은 그동안 시장의 외면을 받던 소외주들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8월 초 초전도체 관련주가 주목받으면서 수급 분산 효과가로 이어졌다. 이후 지난 10일 중국 정부의 자국민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 소식에 화장품·백화점·면세점·카지노 등 다양한 업종 주가가 큰 오름세를 보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쏠림이 완화되면서 투자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며 “수익률 상위를 차지한 소프트웨어, 화장품·의류, 소매(유통), 헬스케어, 호텔·레저, 미디어 등 업종은 대체로 소외주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게임주는 이같은 수혜에서 외면받고 있다. 주요 게임주들로 구성된 KRX 게임 K-뉴딜지수는 이달 초 652.79에서 지난 16일 598.57로 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5.3%)나 코스닥(-6.53%)의 하락율을 넘어서고 있다.
개별 종목 주가로 살펴보면 낙폭은 더욱 크다. 전날 종가 기준 엔씨소프트 주가는 25만7000원으로 3개월 동안 30%나 급락했다.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도 같은 기간 각각 20.52%, 24.77% 떨어졌다.
게임주들의 하락세가 장기간 진행되는 이유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게임주 가운데 대장주로 분류되는 엔씨소프트의 실적을 보면 1분기에 매출액 4845억원, 영업이익이 8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7%, 85.4% 감소한 수준이다. 당시 신작 부재 속에 주력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W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2분기도 경고등이 커졌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402억원, 353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0%, 71.3% 감소해서다. 전 분기 대비로도 모두 급락하면서 부진을 회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심화된 모습이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1분기와 동일하다. 그동안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리니지 시리즈들의 매출 하락세가 확인되서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신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쓰론 앤 리버티(TL)’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선 엔씨소프트의 희망인 TL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TL은) CBT에서의 유저 피드백이 부정적이었고, 검은사막이나 로스트아크 등 글로벌 PC MMORPG 수준의 북미·유럽 시장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사들이 실적 성장과 함께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내다본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사에 대한 투자가 주저되는 이유는 신작 출시에도 실적 성장이 지속되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방향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대형사를 중심으로 장기 비전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