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병원 진료나 무분별한 입원을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이자 이용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한 의사·병원에 의존하지 않도록 인식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병원 경쟁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진다.
발제를 맡은 지영건 차의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 전달 체계가 무너진 상태다”라며 “환자들이 의원과 병원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데다, 행위별 수가제 체제로 의원과 병원 사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환자들이 증상에 상관없이 명의를 찾거나 대형병원을 선호하면서 과다한 비용을 쓰다 보니 병·의원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병상을 늘리고 고가 장비를 사용하며 고비용 치료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서 “이는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정부가 수가를 낮춰 의료기관 운영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의료보장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간과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이용자의 의료 이용에 대한 관리가 없다 보니 ‘만족 극대화’를 허용하게 됐고, 병원 측면에서는 영리 추구 행태를 갖추게 된 것”이라며 “결국 병상 수 확대에 따른 무분별한 입원, 상급종합병원 쏠림, 진료 대기 증가, 의료 질 저하 등이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발제 뒤 진행한 토론에서는 무분별한 외래 진료와 입원을 줄이기 위해 이용자, 즉 국민의 진료 선택을 규제하고 인식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은혜 교수는 “이용자의 인식 전환과 더불어 의료기관 선택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차 의료기관에서 우선 진료를 보도록 하는 한편, 의뢰 체계 및 진료권 설정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무작정 진료를 보는 것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도록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TV에 병원이나 의사들이 출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라고 피력했다.
김양균 경희대학교 교수는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문지기’가 필수적이다. 과다한 의료 이용을 예방하면서 적정 의료를 유지하기 위한 안내를 병행할 수 있는 1차 의료인과 사회서비스 지원 인력이 팀으로 움직여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들도 의료 이용이 많을수록 건강을 더 잘 지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전했다.
법무법인 담헌의 장성환 대표 변호사는 “의료 과다 이용 억제책으로 연간 일정 규모 이상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확대하는 일종의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가입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보다 인센티브와 책임 강화를 적절하게 운용해 가입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손호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과장은 “건강보험 재정 관련 단기 대책을 올해 초 발표하는 등 작은 부분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보완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라며 “결국 의료 전달 체계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논의를 갖고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