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을철에 남는 전력를 활용할 수 없어 출력제어 조치를 계획 중인 가운데, 전력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에 전력수요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32GW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부는 “이번 연휴가 길고, 기상 조건이 좋은 봄·가을엔 개별 가구 태양광 발전 이용률도 올라 (전력)수요 자체가 크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전력 과잉 공급을 피하고자 발전량 감축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기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송·배전망이 감당하지 못해 대정전(블랙아웃)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출력제어 대상에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등 중앙급전발전기(출력증감발 등 급전지시에 따라 운전할 수 있는 발전기)뿐 아니라 처음으로 연료전지와 태양광·풍력 재생에너지 등 비중앙급전발전기 전체를 포함하기로 했다.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5기 중 2기(한빛 2호기·한울 6호기)에 대한 계획예방정비 일정을 앞당겨 가동을 멈춘다.
이에 정부가 전력 부족 대응에 치우쳐 전력 과잉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정부는 여전히 원전 추가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7월 산업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정 시기에 남아도는 전력을 활용할 방법이 없어 출력을 제어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송·배전망 확충이나 재생에너지 활용보다는 새 원전 건설에 절대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양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활용에 너무 소극적이며 송배전망과 ESS(에너지저장장치) 확대에 인력과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여름은 역대 최고 전력수요(시간당 93.6GW)를 기록했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이 전력수급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아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전력거래소의 추계 통계에 따르면 폭염의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치솟았던 지난달 8일 낮 12시에서 오후 1시 태양광 발전량은 1만6920㎿로 실제 전력 총수요(9만6489㎿)의 17.5%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송배전망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송·배전망 건설이 시급하다”며 “원전 건설은 지금 같은 분산형 전원 시대에 맞지 않고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활용이 에너지공급 정책의 중심이 되고, 기존 발전원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산업부는 “송·배전망에도 계속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새 원전 건설에 있어서는 “검토 중이라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