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폐배터리 재활용시설 설치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기업들이 요구해 온 폐배터리 산업 정책 구체화에 속도가 붙을지 기대가 커진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폐배터리를 분해한 뒤 재조립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다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에는 재활용시설이 없더라도 재활용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열풍이 불면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5년에는 수백만 개의 전기차 배터리가 초기 수명을 다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40년에는 3339기가와트시(GWh)의 폐배터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며, 약 263조원 규모의 폐배터리 소재 재활용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기차의 배터리 교체 주기는 5∼10년이다.
수명을 다한 전기차 폐배터리는 파쇄·분쇄·선별·추출공정 등을 거쳐 배터리 소재로 재활용하거나, 태양광발전시설용 ESS, 전기자전거용 배터리 등 다른 용도 배터리로 재사용한다. 폐배터리를 단순 재사용하는 경우, 압축이나 파쇄, 분쇄를 위한 별도 재활용시설이 필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법안 상 재활용시설을 갖춰야 재활용업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간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규제나 정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부에서도 규제 완화를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환경부의 규제 완화가 정책 구체화의 첫 걸음이라고 이야기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활용업 규제 완화가 기업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터리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도 말했다. 관계자는 “EU는 이미 전기차 배터리 주요 원료 재활용 의무 내용을 담은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 등이 통과되었다”며 “급성장하는 폐배터리 시장에 맞춰 한국의 법과 제도가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어야 주변국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도 업계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가 기업들의 (사업)접근성은 확실히 높여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외에도 배터리 안전기준 등 기업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제도 마련은 관련 부처와 논의해서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