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의 부작용을 벗어난 차세대 치료법으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허가 비율에 비해 출시 사례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정부가 이중 잣대를 내놓고 있다며 시장 진출에 이르는 평가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가 혁신의료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잇따라 받고 있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규제에 막혀 시장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상 디지털 치료기기 같은 혁신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식약처가 ‘품목 허가’를 담당하고, 보의연이 ‘인증’ 업무를 맡는다.
업계는 두 기관 모두 안전성, 유효성, 임상 결과 등 유사한 평가를 하고 있어 이중규제와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와 보의연이 동일한 임상 데이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연구계획서 제출·보완 과정에 수개월이 걸려 임상현장 진입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근거창출전문위원회 제출을 위해 3차 의료기관을 통해 별도 임상을 수행해야 하는 것도 개선사항으로 꼽혔다.
품목허가 이후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되고 나서도 신의료기술 평가를 거쳐 급여 여부 결정까지 최종 3~5년이 소요된다.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사인 에임메드의 ‘솜즈’의 경우 올해 초 식약처 허가를 받고 지난 3월30일 신의료기술평가 고시 후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승인을 받았다. 정식 비급여 처방은 다음달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기존 선진입 재평가 제도는 허가를 받은 후 재임상 평가까지 3년이 주어지는데 그 중 반년이 소비된 셈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업체 대표 A씨는 “한국은 식약처 허가를 받아도 3년이라는 혁신의료기술 재임상 기간 동안 각종 전문위원회의 중복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시장 진입이 힘든 구조”라며 “임상 데이터를 빨리 모으는 것이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되는데, 그 문턱이 높아 힘들어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의료 플랫폼 스타트업의 임원 B씨도 “같은 임상 데이터인데 식약처는 허가하고, 보의연은 보완해야 한다며 서류를 더 내라고 한다. 이런 방식은 평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혁신의료기기는 신속한 시장 진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허가를 받아도 수개월째 손해만 본다. 평가 절차 간소화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업계 분위기는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적극적 산업 육성을 위해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비급여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강 의원은 “의약품은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바로 비급여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데, 디지털 치료기기는 보의연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의약품과 의료기기 사이에서 차등을 둘 이유가 없다. 의료기기가 의약품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와 혁신의료기술 평가제도를 통합해 일원화하고 현장 사용절차를 완화해 시장 진입 속도를 당기겠다고 전했다.
이재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은 지난 8월 열린 선진입 후평가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대해 그간 업계로부터 중복규제라는 의견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효과성과 안전성은 정부가 보증해야할 요소이기 때문에 평가제도가 대체되거나 사라질 순 없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해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등재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보험권 안에 진입해 국민의 보편적 진료에 사용될 정도로 안전성, 유효성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제도”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편익과 안전성, 유효성 등을 균형 있게 살피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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