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복지부2차관이 21일 YTN에 출연해 “현재 국내 의사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0%에 불과하고, 의대 졸업생도 절반 수준”이라며 “고령화로 의료 수요도 많이 늘어 당분간 의사수 증원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고령화에 따라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은 이미 의사 정원을 확대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늦은 상황”이라며 “시급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단순히 정원 확대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정원 확대가 없으면 해결이 어려우니 여러 정책을 종합적으로 구상하는 것”이라며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수)도 함께 늘려야 전체적인 병원 역량과 서비스 수준이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립대병원을 서울 대형 5급 병원으로 육성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혁신전략’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내놨지만,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의사 정원 확대 규모, 폭, 등 세부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잠정적으로 연기한 것이다.
현재 학계나 정치권에서는 의료 인력의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OECD 39개 회원국 중 인구 10만 명당 한 해 의대 졸업생 수는 한국이 7.26명으로 이스라엘(6.8명)에 이어 최하위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35년 기준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오는 2035년 약 2만7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 정원 확대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라디오방송 CBS에서 “지금 여러 가지 연구 보고서가 국책기관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에 불과하다”며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이 1년에 246일을 근무하는데 일부 보고서에는 공무원 식으로 226일로 산정을 한다. 또한 전공의 인력도 제외시켰으나 의사가 부족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 소아 진료 대란 등의 원인은 의사 수가 아닌 제도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최근 성명을 통해 “현 시점에서 의대정원 증원은 포퓰리즘 정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대통령까지 총대를 메고 나서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문케어를 능가하는 포퓰리즘에 기반한 의대정원 증원을 강행한다면 전의총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반발했다.
의료계의 반발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도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의사 정원 확대 규모, 폭 등 세부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의사단체들의 반발로 연기된 바 있다. 대신 국립대 병원을 수도권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지역의료 강화 계획과 필수·지방 의료에 대한 수가 인상 등 의료계 지원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의사 증원 시도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20년 가까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매번 무산됐다. 지난 정권인 문재인 정부도 코로나19 당시 입원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만들기로 시도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백기를 든 적이 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