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 첫날 변동폭 확대 시행으로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크게 늘어 기업공개(IPO) 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시장 대어로 평가받던 파두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 나면서 반전됐다. 이외에도 국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의 주가 흐름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을 앞둔 공모주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아울러 상장 첫날 변동폭 확대 시행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새내기주들도 상장 초반과 달리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같은 기준 2차전지 소부장 기업인 유진테크놀로지는 공모가 1만7000원 대비 20% 하락한 1만3590원으로 확인됐다. IPO 재도전 기업인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도 공모가 2만3000원 대비 27% 줄어든 1만6720원 수준이다.
극심한 주가 부진을 보이는 파두는 지난 8월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전 지분투자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대어’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는 79.15대 1을 기록하면서 저조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파두의 상장 공모가는 3만1000원이었다. 예견된 흥행 부진 전망에 따라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10.97% 감소한 2만7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최대 4만7100원까지 오르면서 약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전날 주가 하락 이전에도 지난 9일 하한가로 직행하면서 역대급 폭락을 보였다. 이는 8일 장 마감 이후 '어닝 쇼크' 실적을 공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파두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억2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아울러 148억21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시가총액 1조원을 넘던 기업의 분기매출이 고작 3억원 수준에 그친 충격적인 결과다. 지난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 투자자들은 파두가 실적 부진을 숨기고 상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증권신고서에 실적 부진 앞서 파두는 상장 전 제출한 보고서에서 연매출 예상치를 1200억원 수준으로 밝혔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도 파두와 대표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상장 심사 당시 제출한 실적이 적정성에 대한 점검을 착수했다. 이들은 실적 전망치와 실제 실적 간 격차 발생 원인을 파악할 방침이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 관련 신청서나 첨부 문서에 투자자 보호에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누락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결국 파두는 입장문을 통해 “NAND 및 SSD 시장의 급격한 침체, AI 강화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리면서 고객사들은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해당 분기의 당사 실적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며 “이 부분은 당사가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당사 또한 그 규모 및 기간 등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 또한 갑작스러운 고객의 발주 중단 등에 대해서는 예상이 힘든 상황이었고,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 등은 없었다”며 “또한 당사는 이익미실현기업으로 관련 법규에 근거해 요구되는 검토 및 입증절차를 통해 상장됐다. 그 과정에 있어 그 어떤 부정적인 요소가 관여할 수 없는 적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음을 강조드린다”고 해명했다. 극심한 시장 침체가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파두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해당 제도는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상장 기회를 준다. 현재 영업 실적이 낮아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췄다면, 전문평가기관 기술평가나 상장주선인 추천으로 상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상장주관업무를 수행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새내기주들의 잇따른 부진 속에 상장을 앞둔 공모주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올해 마지막 대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다. 최근 2차전지 섹터가 강세를 보였지만, 투자업계에선 부정적으로 내다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 추진 당시 책정한 공모가 피어그룹들의 주가가 2차전지 조정 국면을 맞이하면서 급격히 내려감에 따라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결국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기존 4만6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조정했으나, 수요예측 진행 결과 최종 공모가는 3만6200원으로 확정됐다. 수요예측 단순 경쟁률은 17.2대 1로 올해 상장을 추진한 기업(리츠 제외) 가운데 가장 낮았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높은 기준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며 정상적인 수요예측이 어려웠고, 긍정적인 참여가 이어진 해외와는 달리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일부 양극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시장 분위기에 수요예측이 공모가 하단으로 결정된 것이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산업은 침투율 상승과 보조금 정책 한계로 세계 전기차 수요성장 둔화가 시작됐다”며 “중국 배터리산업 공급과잉으로 밸류체인 전체적인 수익성 하락도 예상된다. 이에 2차전지 산업 투자의견은 중립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통상 증권가 리포트에서 중립 의견은 매도로 해석된다.
시장 침체로 상장을 철회한 기업도 있다.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의 경우 코스피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공모가 하단에서도 필요한 모집금액을 모으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수요예측 부진 사유로 당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초과하는 등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국내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을 꼽았다.
한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최근 실적에 대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전날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이사는 주주서한에서 “3분기 매출 2400억 원, 영업손실 69억 원을 기록했다고 오늘 공시했다”며 “대표이사로서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분기 영업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미국의 고금리 영향과 유럽의 친환경 정책 지연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주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사도 이런 시장 환경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사업 전략도 공개했다. 그는 “오는 2025년에 30%, 2027년 50%의 외부판매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며 “현재 외부판매 계획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기존 제시된 외부판매비중보다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