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통한 조회수 경쟁에 열중인 모양새다. 특히 청년층의 숏폼 시청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도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투자자들과 접점도 확대하는 상황이다.
16일 미디어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광고 전문 기업 인크로스는 ‘2023 아이엠 리포트’를 발표했다. 인크로스는 리포트 발간을 위해 만 15세~6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와 쇼핑 플랫폼, 광고 이용 행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9.5%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인 ‘숏폼(short-form)’을 시청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시청하는 플랫폼은 유튜브 쇼츠가 86.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청년층인 20대 청년층이 91.4%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대(88.9%) △30대(85.8%) △50대(86.5%) △60대 이상(86.1%) △40대(82.7%) 순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타 플랫폼과 다르게 고른 분포를 보인 점이 특징이다.
숏폼 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지난해 81.1%에서 올해 89.5%로 전년 대비 8.4%p 증가했다. 이는 최근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효율)’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짧은 시간을 활용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참여자들은 유튜브 쇼츠 시청 이유에 대해 접근성이 좋음(43%), 보기 편리한(38%), 부담 없는(34.6%) 등을 꼽았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증권사들도 투자자 고객 흡수를 위한 유튜브 숏츠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콘텐츠를 통해 유입된 투자자들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비롯해 상품까지 이용하는 고객으로 변모하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증가에 따른 실적 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초부터 청년층 시청자들을 타겟으로 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제작에 주력해 왔다. 구체적으로 자사 유튜브 채널인 ‘투자로그인’을 ‘가능성을 키우는 업생(up生 ·업그레이드라이프) 채널로 리뉴얼했다. 지난 5월에는 청년 두 명이 만나 서로의 재능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노리는 ‘떡상메이트’를 론칭했다. 해당 콘텐츠는 편당 평균 조회수 40만회 이상, 총 조회수 200만회를 넘겼다.
또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리얼 연애 프로그램 ‘영끌로맨스’를 통해 기존 투자 콘텐츠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의 개념을 확장한 콘텐츠 제작에 앞장선 바 있다. 투자와 관련된 꿀팁을 쇼츠로 재미있게 알려주는 ‘알짜머니’도 꾸준히 발행해 왔다. 알짜머니 시리즈 중 매몰 비용 오류와 관련된 '콩코드 오류'를 통해 '당신이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 숏츠 콘텐츠는 조회수 37만회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인기 모델 겸 방송인 정혁이 출연한 체험형 예능 콘텐츠인 ‘좋은일잘러’, 유기견 보호소 봉사 체험기 등 기존 틀에 벗어난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선보였다. NH투자증권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이날 기준 약 104만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89만명가량 증가했다.
정중락 NH투자증권 WM Digital사업부 총괄대표는 “투자와 관련된 정보는 유튜브 ‘NH투자증권’ 채널에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면서 “‘투자로그인’ 채널은 미래 핵심 고객인 MZ세대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 가운데 유튜브 1위를 달리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의 유튜브 채널 ‘삼성 팝(Samsung POP)’ 구독자 수는 이날 기준 158만명에 달한다. 총 조회수는 1억6500만뷰로 확인됐다. 숏츠 콘텐츠로는 투자에 필요한 글로벌 증시 뉴스 요약과 주요 국가들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잭슨홀 미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정보들을 쉽고 간편하게 제공한다.
특히 유튜브 채널 외에도 10대 연령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 ‘틱톡’ 채널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버톡커(버추얼 틱톡커)인 ‘이서치’를 통한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 요즘,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영상채널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 될 수 밖에 없다”며 “짧은 영상 위주의 숏폼 콘텐츠로 잘파세대(Z세대+α세대)들과의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자사 유튜브 채널인 ‘키움증권 채널K’에서 숏폼 콘텐츠 강화에 열중하고 있다. 대표 숏폼 콘텐츠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시민들 대상으로 투자 경험 등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담은 ‘여의도증권가것들’ 시리즈다. 론칭 한 달 만에 50만 조회수를 넘겼다. 또 개인투자자 고객들은 많이 보유한 만큼 글로벌 투자 전략과 해외주식 수혜주 알아보기, 하락장 속 종목 선별법 등 투자정보 콘텐츠도 다량 제작한다.
유튜브 채널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약진하는 증권사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자사 유튜브 채널 ‘Meritz On’이 지난 2021년 12월 개설 이후 누적 조회수 790만을 돌파했다. 총 구독자 수는 5만6000명이다. 메리츠증권의 특징은 연령별재테크 고민을 담은 콘텐츠다. 해당 내용이 담긴 ‘Talk to meritz’는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커리어 우먼, 은퇴 투자자편 등 세대를 아우르는 정보를 제공한다. 또 이들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을 숏폼 형식으로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 도전기’는 조회수 156만회를 달성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향후 증권업계 전망이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투자자산 평가손실 등으로 안갯속인 만큼 리테일 부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유튜브 콘텐츠 강화를 통해 양질의 투자 정보를 제공하면서 고객 유입을 노리는 전략은 이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