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감사해요!!”
16일 오전 7시55분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한 수험생의 감사 인사가 울렸다.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학부모·시민들이 “시험 잘 보겠다”, “수능 파이팅”이라고 외친 것에 대한 답이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6일 오전엔 매년 찾아오던 ‘수능 한파’도, 예고됐던 비도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은 예보한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0~8도였다. 수험생들은 두꺼운 패딩 대신 코트와 후리스, 후드티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시험장을 향했다. 이날은 최근 10년 중 수능 당일 가장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수험생들이 입실한 뒤인 오전 9시 이후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7시 이후 수험생과 함께 시험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조용히 자녀를 안아주며 응원했다. 수험생 머리 위에 양손을 올리고 기도한 오선경(50)씨는 “며칠 전부터 너무 떨려서 어젯밤부터 기도했다”라며 “그동안 준비한 대로 실수하지 않고 좋은 결과 나오길 기도했다”라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시험장 앞에서 수능 인증사진을 찍은 심모(49)씨는 “처음이자 마지막 수능이라 생각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라며 “3년 동안 고생한 만큼 잘하고 오라고 말해줬다”라고 밝혔다.
일부 시민들은 아는 수험생이 없어도 수험생 응원을 위해 학교 앞을 찾아왔다. 인근 여의도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초등학생 표승아(13), 김지수(13)양은 등교 전 이곳을 방문해 “수능 파이팅”을 외쳤다. 지난해에도 수험생을 위해 직접 산 초콜릿을 나눠줬다는 표양은 “수능은 되게 열심히 공부해서 치는 시험으로 알고 있다”라며 “공부한 만큼 좋은 성적 거둬서 좋은 결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한국을 여행 중이라는 미국인 에리카(26)씨는 “수능을 보는 후배나 친구는 없지만 근처에 있어서 응원 나왔다”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자신의 길은 다 다르니까 잘될 거라고 응원해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수험장 입실 마감이 다가오자, 수험생들의 발길이 바빠졌다. 입실 마감 15분 앞둔 이날 오전 8시10분 한 수험생이 감사 인사를 외치며 급히 뛰어 들어갔다. 이 학생의 학부모 서정옥(55)씨는 “다른 학교로 잘못 도착했다”라며 “길을 헤매는 모습을 본 다른 시민분이 함께 가방을 들고 뛰어줬다”라고 말했다. 함께 뛰어준 남성의 자녀도 같은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같은 학부모 마음이었던 것 같다”라며 “가방도 들어주고 같이 죽어라 뛰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노 마스크’ 수능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년간 수험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고, 교실엔 감염병 예방 등을 위한 가림막 등이 설치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올해 수능에선 대부분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2024학년도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올해 수능 지원자는 약 50만4588명으로, 작년 대비 3442명이 줄었다. 재학생 응시자는 32만6646명으로 전년 대비 2만3593명이 줄었고, 졸업생 응시자는 1만7439명이 증가한 15만9742명이 시험에 응시했다.
이날 수능은 1교시 국어 영역이 오전 8시40분부터 10시까지, 2교시 수학 영역이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2시10분까지 진행된다. 이어 3교시 영어 영역이 오후 1시10분부터 오후 2시20분까지, 4교시 한국사와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이 오후 2시50분부터 오후 4시37분까지 시행된다. 마지막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오후 5시5분부터 오후 5시45분까지 순차적으로 치러진다.
성적 통지표는 다음달 8일 수험생에게 배부된다.
조유정 이예솔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