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바둑리그 원년 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9시즌 연속 주장으로 활약했던 한국 여자 랭킹 2위 최정 9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한다. 이에 따라 ‘여자 랭킹 1위’ 김은지 9단 쟁탈전이 심화될 전망이다.
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정 9단 소속팀이었던 OK만세보령(보령시 후원)은 주장 김민서, 2지명 김다영, 3지명 이슬주를 모두 보호 선수로 지명했다. 최정 9단은 당초 보령시에서 팀을 창단하면서 ‘지역 연고’로 우선 지명한 선수였다. 만약 최 9단이 이번 시즌 다시 출전했다면 OK만세보령 선수단 구성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결론은 2년 연속 불참이었다.
이와 관련해 보령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저희가 애초에 여자바둑리그를 지원했던 것은 최정 선수가 있어서 하는 부분이 크기는 했다”면서 “지역 연고 선수로 최정 9단을 보유할 수 있기도 하고, 세계 여자 바둑 랭킹 1위라는 상징적인 요소로 홍보 효과도 있다고 판단해 지원을 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최정 9단이 빠진 후에도 지난해 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번 시즌도 예정대로 후원한다는 방침이다.
쿠키뉴스는 최정 9단에게 여자바둑리그 불참과 관련된 입장을 물었으나 “인터뷰 요청은 기원을 통해서 해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한국기원을 통해 재차 최정 9단의 불참 사유를 묻자, 한국기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선수 개인 선택 사항이고 개인적인 사유”라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여자바둑리그 총규모는 8억4000만원, 우승 상금은 5500만원이었다. 준우승 상금은 350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우승·준우승 각각 500만원씩 인상된 6000만원, 4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상금은 4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이 자율적으로 나눈다. N분의 1로 계산하면, 우승팀 선수들은 한 사람당 1500만원을 받는 셈이다.
여자바둑리그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후원사나 지자체 등 각 팀이 아니라 ‘한국기원 소속’이기 때문에, 팀 승패와 관계없이 대국료도 받는다. 매 라운드 승자는 130만원, 패자에게는 40만원을 한국기원이 각 팀에서 낸 참가비(7000만원)에서 지급한다. 오더에서 제외된 선수에게는 ‘미출전 수당’ 10만원을 매 라운드마다 지급한다.
상금이 너무 적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중견 기사는 쿠키뉴스에 “여자리그 상금이 너무 적다”면서 “우승 상금이 1억원대는 돼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정 9단 불참 논란 당시 한 바둑 팬은 “지난해 최정이 14판(9승5패) 두고 1억원을 벌었는데, 판당 100만원을 받는 여자바둑리그에 나올 이유가 없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최정 9단이 불참하면서 ‘드래프트 최대어’ 김은지 9단을 차지하기 위한 ‘뽑기 싸움’ 또한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선수 선발이 오직 ‘추첨 종이 랜덤 뽑기’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예상보다 많은 팀이 보호선수 지명을 선택했다.
먼저 앞서 언급한대로, 지난 시즌 패권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OK만세보령은 김민서-김다영-이슬주를 보호했고 창단 첫해 준우승의 성과를 낸 평택 브레인시티산단은 스미레-김주아-고미소를 보호하면서 닮은꼴 행보를 보였다. 지난 시즌 6위 포항 포스코퓨처엠과 7위 서울 부광약품이 후보선수까지 4명을 모두 다 보호한 점도 이채롭다. 포항은 김혜민-김경은-박태희-이정은을 재신임했고, 서울은 김채영-이나현-최서비-백여정 선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서울 부광약품은 권효진 감독이 ‘선수’로 출사표를 올리면서 감독직은 이상훈(大) 9단이 맡는다.
지난 시즌 8위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1지명 조승아, 2지명 오정아는 그대로 보유했고 3지명 김상인과 후보 선수 윤라은을 방출했다. 김은지 9단을 뽑기 위한 드래프트에 뛰어들지 않고, 조승아-오정아 ‘원투 펀치’를 유지한 상태에서 더욱 강한 3지명과 후보 선수를 데려온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여수 세계섬박람회는 이현욱 감독 대신 조인선 4단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앉혔다. 여수는 이나경 2단을 지역연고 선수로 후보 위치에 지명했고, 이는 이번 시즌 여자바둑리그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지역연고 선수 지명으로 기록됐다. 지난 3년 동안 김은지 9단을 보유하고 있던 여수는 ‘추첨 뽑기’를 통해 다시 한번 김 9단을 노린다.
한편 원년 시즌이었던 2015년 7개 구단 체제로 출범한 여자바둑리그는 2016년 8개 구단 체제로 저변을 확대했고, 2018년에는 처음으로 9개 구단으로 시즌을 치렀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8개 구단 체제로 시즌을 진행했고, 올해는 7년 만에 다시 9개 팀이 우승 경쟁을 펼친다.
9개 구단으로 진행하는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포스트시즌에는 총 5개 팀이 진출한다. 4위 팀과 5위 팀이 먼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펼치고, 이후 승리 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 결정전을 차례로 치르는 스텝레더 방식으로 우승 팀을 가린다. 우승 상금은 지난 2024 시즌보다 500만원 증액된 6000만원, 준우승 상금 역시 500만원 인상된 4000만원이다.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의 상금은 지난해와 동일하며, 올해는 5위 상금 500만원이 추가됐다.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 매 라운드 종료 후 승자에게 130만원, 패자에게 4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오더에서 제외돼 출전하지 못한 선수에게는 ‘미출전 수당’ 10만원이 매 라운드마다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1국은 각자 40분에 추가시간 20초, 2국과 3국은 각자 10분에 추가시간 20초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