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부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 확장에 주력했으나 우호적이지 못한 시장 상황이 이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부동산 PF 리스크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려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증권은 PF 본부에서 팀 단위로 인력 조정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타사에서 팀 단위로 입사한 4명 중 3명은 다른 곳으로 이직했고, 1명은 퇴사를 결정했다"며 "이들은 부동산 PF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말에는 BNK투자증권이 PF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BNK투자증권은 IB부문의 PF본부에서 ‘PF 3부’ 부서를 폐지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IB부문 사업 인력은 기존 16명에서 1개 부서(3~5명)가 빠져 최대 11명으로 줄어들었다.
통상 증권업계는 관리직 일부를 제외하고 영업직은 대략 90% 이상, 거의 100% 가깝게 계약직으로 진행된다. PF 투자 사업을 비롯한 증권사 IB 부문은 상당수가 팀 단위로 움직이는 전문계약직으로 운영된다. 사업 수익성에 제동이 걸리는 등 실적에 따라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호황기에 PF 사업 비중을 크게 늘렸다. 해당 사업의 수익성 부분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경기 축소와 함께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도 급변해 상황은 반전됐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시장이 급랭하기 직전까지 부동산금융에 과도하게 집중해 성장을 꾀하기도 했다. 특히 후순위성 브릿지론 등 부동산 PF 중에서도 위험이 높은 자산을 중점적으로 취급한 바 있다.
이같은 고위험 자산 취급은 시장 호황기에 각종 금융자문 수수료와 높은 대출금리 등 고수익으로 직결됐으나, 지난해 4분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자산건전성 저하라는 악재로 다가왔다. 높은 비중을 두던 PF 부문을 축소하기 시작한 이유로 해석된다.
타 증권사도 PF 부문 인력 조정을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이나 다올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에서 계약금 투자를 진행했던 것들이 있어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증권사 관계자들은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인력 조정에 대한 본부 내 어떤 움직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연말인 12월에 계약 종료가 많다. 해당 시점이 계약직 직원들의 재계약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어느 증권사들이나 현 상황에서는 인력 조정에 대한 검토가 모두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부문의 조직 변화를 단행한 증권사들도 있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한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동산금융 부문의 영업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금융 부문의 사업 조직을 프로젝트금융실, 구조화금융실, 부동산금융실, 투자금융실 등 4실로 개편했다. 특히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했다. 아울러 투자심사 업무의 독립성과 기능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투자심사실도 신설했다.
인사 처분도 이뤄졌다. 부동산 PF 부문을 이끌었던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총괄 사장은 면직 처리됐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연봉 65억원을 수령해 여의도 ‘연봉킹’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조직 개편을 통해 부동산 PF 사업부를 축소했다. 기존 7개였던 부동산 사업부를 4개 본부로 줄였다.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부문 산하에 각각 3개 본부와 인프라금융 본부로 구성됐으나,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부문이 대체투자금융부로 통합됐다.
향후 증권사의 부동산 PF 전망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 하락과 시공사와 시행사 신용위험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 PF 사업장의 자금 회수 불확실성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발부채 현실화를 감안할 경우 잠재적인 자금 유출 가능성도 증가한 상태다.
또한 올해 9월말 기준 증권사의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PF대출이 4조5000억원을 차지하고, 유동화증권은 23조9000억원 수준이다. 브릿지론 비중은 28.9%, 본 PF 비중이 71.1%로 구성됐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당수 브릿지론이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3~6개월 정도의 만기 연장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위험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일부 중소형사의 충당금 설정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분양 전이거나 엑시트 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한 본 PF 사업장들의 부실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