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금값과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그간 제기됐던 대내외적 불확실성 요소와 달러 헤지 수요 등 복합적인 요소 반영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청년층 투자자들도 금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례적인 상승으로 평가하면서 긍정적 신호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온스당 2057.20달러로 확인됐다. 연초에 기록한 1836.10달러와 비교하면 약 12% 상승했다. 전날의 경우 온스당 2067.10달러로 지난 2020년 8월 역사적 고점인 2089.2달러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같은 국제 금 가격 상승세에 따라 국내 금 시장 거래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KRX 금 시장의 월별 거래량은 1222.8kg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2% 늘어난 규모로 지난 4월 1385.5kg 이후 최대치다.
국내 금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 1일 KRX 금시장에서 금 1kg 현물 종가는 g당 8만5720원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 대비 1.07% 상승한 가격이다. 금 거래량도 지난 9월 629.3kg으로 감소했으나 10월부터 1000kg을 넘겼다. 최근 미국 달러화의 약세 속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 요인에 따라 금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금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성격과 달러 헤지 수요 등 복합적인 요소가 반영됐다는 게 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특히 금 투자에 대한 청년층의 발길이 이어져 주목된다. 일반 투자자들이 KRX 금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시중 증권사에 개설한 금현물계좌 수는 올 상반기 기준 105만개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 청년층 비중이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이는 금현물을 주식처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점에서 청년층이 매력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KRX 금시장 거래는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가 모두 비과세다. 아울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또 0.3% 내외의 증권사 거래수수료만 부담하면 중간 마진 없이 매매에 참여할 수 있다.
KB증권은 금에 대해서 상대적 선호도를 높게 가져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금은 경기에 민감한 에너지나 비철금속과 같은 원자재와 달리 금리 인하 전까지 고금리로 인한 긴축 효과가 누적으로 발생함에 따른 신용위기 등 리스크 우려에 대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아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미국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금과 달러지수가 하락하면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2024년 연말 미 10년 국채수익률이 4% 내외로 현재 수준보다 하락하고, 달러지수도 올해 대비 소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금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 가격 상승에 대해 전망할 수 있다. 지난 2008년과 2020년 경기 침체 이후 금리 인하와 함께 금 가격은 연 25% 상승했다. 또한 과거 경기 침체 시기 금 가격은 1990년대를 제외하면 12개월 이후 모두 15%에서 50% 가까이 올랐다. 24개월 이후에는 더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선호와 더불어 주요국 기준 금리로 인한 시장 금리 하락이 상승 재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경기 침체 시기에는 금이 상대적 강세를 나타낸단 얘기다.
오 연구원은 “오는 2024년에도 금 가격은 온스당 최대 2550달러까지 상승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내년 3분기 전후로 미 연준 금리 인하가 시작돼 2025년 이후까지 지속되면서 장기적인 금 랠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주장도 나온다. 추가적인 랠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금 가격 랠리는 좀 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1960년 이후 금 가격 슈퍼 랠리는 이번을 포함해 총 4차례라고 짚었다. 시간 순으로 보면 △1970년대 미국 금태환 정지 △1985년 플라자 합의 △2000년대 닷컴 버블과 중국 붐 △2019년 이후 현재까지 금 랠리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이번 랠리를 제외한 3차례의 금 가격 슈퍼 랠리는 달러화 초약세가 공통점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영향도 무시할 순 없지만, 장기간 달러화 초약세 현상이 금 가격 슈퍼 랠리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며 “이런 측면에서 2019년부터 달러화 강세 흐름 속에서도 랠리를 보이는 이번 사례는 다소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각도에서 설명해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풀린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다양한 갈등 리스크로 인한 안전자산 수요를 지적할 수 있으나 달러와 비트코인이 동반 랠리를 보여 설명하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 가격 랠리의 또 다른 요인으로 미국 부채 급증이 꼽힌다. 산업 패러다임 전환 차원에서 과도하게 지출된 재정지출, 즉 정부부채 급증이 금과 비트코인으로 상징되는 달러 대체 통화수단에 대한 투자 열기로 이어졌단 진단이다. 미국 정부부채 급증이 미 국가신용등급 강등에서 보듯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 약화로 이어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금 가격이 온스당 2500달러를 상회할지는 불투명하지만, 금리 안정에 따른 달러 기대감 강화와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지연 등은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미국 정부 부채 확대 우려와 미·중 갈등 지속 속에 미 국채 매도, 달러 매수 현상 지속 등도 금 가격 강세를 지지할 공산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금 가격 추가 랠리는 글로벌 경기차원에서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되긴 어렵다”며 “금 가격 랠리가 진정돼야 경기 모멘텀이 본격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