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책은 코로나19가 시작됐던 지난 2020년 2월부터 종식까지 3년 반 동안 세상의 동면에도 잠자지 않고 깨어 있는 정신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을 관조했던 한 작가의 몸부림이요 외침이라 할 만큼 작가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넓고도 깊이 관조했다는 평이다.
한 언론사로부터 1250자 내외로 기고를 부탁받은 것에 기인한다. 그만큼 글이 짧고 간결할 수밖에 없다. 조 작가는 1250자에 고쳐 담는 치열하고 단순한 작업이 신의 한 수가 돼 작가 스스로에게 글쓰기 수업이 됐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는 세상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고통을 요구했다. 서문에서 "글을 썼던 3년 반의 시간은 코로나19라는 세기적 사건을 넘어 인류사에 기록될 만큼의 혹독한 시련이었다"며 "글을 씀으로 견뎌낼 수 있었고 글을 고쳐 담으면서 불필요한 것들도 삼갈 수 있었으며 견딜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는 실패해야 한다,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 기막힌 이야기, 치열함과 같은 글 속에 진하게 배 있다.
시인으로서의 감수성도 곳곳에 묻어난다. 시베리아 독수리 북태평양 연어, 이상적 거리와 같은 글들은 마치 시를 읽듯, 그림을 보듯 은유와 상상력이 가미 돼 읽는 재미를 북돋운다.
이처럼 통찰은 글로써 표현되고 글은 또다시 통찰을 고양시켜 다시 글로 표현되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은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다.
78편의 '1250자에 고쳐 담은 말'은 1부 아래에서 본 우리, 2부 위에서 본 세상, 3부 안에서 본 나, 4부 밖에서 본 너로 구성돼 있다.
제한된 글자 수에 맞춰 치열하게 글을 쓴 것이 코로나19의 숨 막히는 시간을 견뎌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작가만의 일일까? 전작 '시위를 당기다'에 이어 '학이사'에서 펴냈다.
진주=강연만 기자 kk7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