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의 아픈 역사가 서린 전북 익산 왕궁 축산단지가 축산악취 해소를 위한 축사매입이 완료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익산시는 최근 왕궁 정착 농원 마지막 농가와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을 이전, 현업축사 매입사업을 모두 마쳤다고 8일 밝혔다.
왕궁 정착 농원은 지난 1948년 한센인 격리정책 일환으로 조성됐다. 정부가 강제 이주시킨 한센인들에게 축산업을 장려하면서 왕궁 한센인 정착촌에는 축사가 지어졌다.
한센인 정착촌에 축사 밀집으로 악취 심해졌고, 비라도 오면 축분이 만경강으로 떠내려가 수질오염을 일으켰다. 결국 호남고속도로 광역악취와 새만금 수질오염의 주범으로까지 지목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7개 부처가 합동으로 2010년 ‘왕궁 정착 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왕궁면 일대 축사매입을 시작했다.
전북지방환경청과 함께 전북도와 익산시도 힘을 보탰다. 당초 5년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었는데 협의매수는 난항을 겪었고, 매입비 부족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지며 204개 축사를 매입하는 데 장장 13년이 걸렸다.
현업축사 매입 이후 왕궁 일대 환경오염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되는 성과를 냈다.
실제 수질기준 척도가 되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95% 개선됐고, 복합악취는 90% 저감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왕궁 현업축사 매입사업은 수질개선 종합대책 평가에서 정부 우수 사례로 여러 차례 선정됐다.
축사매입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국내외 훼손 생태계 복원의 모범사례가 될 상징적 자연환경 복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왕궁 정착 농원은 올해 환경부 자연환경 복원 시범사업에 선정돼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해 핵심 보호구역으로 조성하고, 한센인 이주의 역사적 공간을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재생하는 생태복원이 추진될 예정이다.
양경진 익산시 녹색도시환경국장은 “왕궁축사매입 완료로 훼손된 자연환경 복원을 통해 기후변화 위기의 허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녹색정원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익산=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