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게임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 주가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쓰론 앤 리버티(TL)’의 국내 서비스가 지난주 실시됐음에도 투자 심리는 미비했다. 이와 달리 다른 게임주들은 상승 랠리를 보여 주목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역사상 고점이라고 꼬집는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5% 오른 24만1000원으로 강보합세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 흐름은 52주 최저가인 21만2500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최고점 대비로는 77%나 내려갔다.
이는 신작 발표라는 수혜 요소에도 주가가 미끄러진 셈이다. 통상 게임주는 신작이 출시되면 기대감이 꺾이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서비스 출시 다음 날인 지난 8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8.8% 내린 23만8500원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신작 발표 이전 기간을 포함해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달 초 28만1000원에서 전날까지 14% 급락했다. 지난 11월2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TL 출시 일정을 처음 공개했을 당시 주가인 23만8000원선 근처로 회귀해 지난 한 달 동안 일궈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PC MMORPG인 ‘쓰론 앤 리버티(TL)’는 엔씨소프트가 11년 만에 출시한 야심작으로 지난 7일 오후 8시에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반 흥행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3일까지 TL 사전 캐릭터 생성을 진행한 결과, 5개 서버로 시작된 이후 조기 마감돼 11개 서버를 추가 오픈해 각 서버 수용 인원을 증설했다. 최종 20만개 이상의 캐릭터가 사전 생성됐다.
TL이 내년 글로벌 서비스를 앞둔 만큼, 엔씨소프트의 주가 도약을 위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TL이 국내에서 괜찮은 성과를 거둔다면, 결국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글로벌에서의 성공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TL과 마찬가지로 아마존게임즈가 퍼블리싱한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크아크 북미 버전(지난해 2월 출시)은 출시 초기 최고 동시접속자수 132만명을 기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연구원은 “(TL의) 10개 서버가 꽉 찰 경우 동시 접속자 수는 10~15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실제 플레이 유저는 40~50만명 수준일 것이다”며 “이 중 50%의 유저가 월 1만9900원의 배틀패스를 매월 구매한다면, 국내 연간 매출은 약 48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초기 성장패스를 비롯한 추가 아이템 판매도 포함하면 내년 TL 국내 매출은 75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익모델(BM) 부문이 주가 반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TL은 게임 초반에 대한 악평과 달리 엔드 콘텐츠는 호평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한된 BM으로 인해 실적 기여는 기대치를 크게 밑돌 수 있다”며 “현재 출시 직후 PC방 트래픽과 서버 포화도 등 지표를 근거로 TL의 일간 사용자는 5만명 내외로 판단한다. 이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기엔 부족한 유저 규모”라고 꼬집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반면 다른 게임주들은 상승 랠리를 보이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게임 산업군 대표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게임 TOP 10 지수’는 지난 11월13일부터 전날까지 약 한 달 동안 9% 오른 668.69로 집계됐다.
개별 종목으로 봐도 주가 오름세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호재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위메이드 주가는 13% 상승한 6만76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준 컴투스홀딩스는 37% 가까이 급등한 4만9650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게임주들의 상승은 기업 펀더멘털 외에 공매도 금지 이슈에 따른 숏커버링 영향력이 주된 배경으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밸류이에이션이 고평가됐다는 주장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월 게임 섹터 반등은 외국인이 매수한 위메이드를 제외하면 기관의 빈집 채우기로 해석된다”며 “결과적으로 많은 게임주들이 내년 PER 측정값에서 기준 역사적인 밸류에이션 상단에 위치했다. 부정적인 모멘텀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