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의 큰 폭 하락세로 항공주들이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유가 하락은 항공사들의 비용 절감으로 나타나 실적 개선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항공사들의 노선 증편과 겨울 여행 시즌이 도래한 점도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선 항공업종의 수익성 개선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놓는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87% 오른 2만32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0.46% 상승한 1만1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준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각각 1.30%, 0.50% 내린 1만2180원, 1만184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종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수 항공주들의 저공비행에서 상승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인다. 해당 기간 대한항공 주가는 15% 급등했다. 아울러 진에어와 제주항공 주가도 각각 9.43%, 13.40%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보합세에 머물렀다.
항공사들의 주가가 반등하는 이유는 최근 유가 급락이 배경으로 추정된다. 통상 항공사들은 유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유가의 등락에 따라 비용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류할증료도 인하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완화돼 항공 수요 증가까지 바라볼 수 있다.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유류 소모량은 약 2600만배럴이다. 배럴당 유가 1달러가 오를 경우 약 2600만달러의 유류비가 늘어난다. 대한항공은 상반기 기준 연료비에 14억786만달러를 지출했다. 재무 상황이 열악한 LCC의 경우 유가 변동 추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25%(86센트) 오른 배럴당 69.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산유국 감산 등 영향으로 올 3분기부터 급등했다. 이에 지난 9월27일 93.68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으나, 해당 시점과 비교하면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 업계가 원유 생산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난 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원유 수요 감소 기대가 커진 게 최근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는 주된 원인으로 해석된다. 미국 원유 생산 증가 등으로 내년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이같은 유가 하락에 따라 항공주들에게 다가왔던 악재들이 지나갔다고 평가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와 환율도 꺾이면서 대외 악재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피크를 지나고 있다”며 “지난 3분기 LCC 3사의 영업이익은 우려대로 시장 기대에 못 미쳤으나, 양대 국적사는 2개 분기 연속 증익을 이어가면서 항공 수요는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항공업종은 계절성과 대외변수에 민감한 만큼 주가가 매년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상고하저 패턴이 가장 대표적으로 지난 3년간 반등 타이밍은 연말연초에 집중됐다”며 “3분기 악재들은 피크를 지난 만큼, 이제는 겨울 성수기 모멘텀을 따라 새해 기대감이 더 부각될 차례”라고 덧붙였다.
여객 이용 수치도 긍정적이다. 지난 11월 전국공항 국제선 여객은 약 633만명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10월달 성수기 영향으로 전월 대비로는 5% 감소했다. 노선별로 살펴보면 일본 수요 호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외 노선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요를 나타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물 물동량은 24만5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각각 5.9%, 3.2% 증가한 수준”이라며 “성수기를 앞둔 상황에서 연료비 하락으로 내년 1분기 이익 기대감이 생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선 수요 회복세가 아쉽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커 유입 효과에도 크게 회복하지 못하는 중국 노선과 전반적인 회복 기조 둔화는 아쉬운 수준”이라며 “지난 10월 기준 국내 LCC 회복 속도는 가파르지만, 노 재팬 및 연휴 효과를 감안하면 큰 회복이라고 보기 힘들다. 중국 노선 회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내년 항공사들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해외여행 관련 여행비지출의향 지수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높은 항공 운임과 가처분 감소로 인해 여행비지출의향은 내려가는 추세다”며 “내년에는 항공권 가격에 대한 저항이 높아지고, 수요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피크아웃(Peak-out) 우려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