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대장주 중 하나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주가 추이가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성장주로 분류되는 만큼 센티멘탈 관점 악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주 관점에서의 기대감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6% 내린 252.08달러로 집계됐다. 테슬라는 미국 증시의 전기차 밸류체인 내 대장주다. 아울러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정보기술(IT) 분야를 선도하는 매그니피센트7 중 하나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S&P500 전체 중 약 30%를 차지한다. 지수 움직임에 주된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규모가 큰 셈이다.
테슬라 주가는 연초 108.10달러에서 지난 18일 종가 기준 약 133% 급등했다. 지난 7월13일에는 연중 최고점인 293.34달러까지 뛰기도 했다. 이는 2분기 차량 인도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83% 급증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호실적을 기록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다만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현재는 14% 감소한 상태다. 최근 3개월은 2%대 하락세를 보인다.
이처럼 테슬라는 주가 등락 폭이 높은 주식이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월13일 1031달러를 돌파한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가 동년 3월 말 다시 1000달러 선을 회복한 바 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리스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주가는 109달러까지 폭락해서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 가운데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서학개미’의 시선이 테슬라 주가 흐름에 집중된 모양새다. 그간 서학개미들은 테슬라에 대해 선호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서학개미들은 미국 빅테크 종목 매수 비중을 줄이고, 중·소형 기술주로 시선을 돌렸다. 이달 들어 테슬라는 순매수 상위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테슬라가 대표적인 성장주로 분류되는 만큼 증권가에서는 센티멘탈 관점을 바라보고 있다. 센티멘탈은 해당 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상상인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2차전지 대장주에서의 글로벌 투자자 이탈 기조와 전기차 침투율 내림세 혹은 정체기 도래로 단기적인 주가 하락세를 점치는 투자자가 점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이후 사이버트럭 본격 양산과 함께 이어질 신공장 증설 발표 등의 타임라인이 기대되나, 사이버트럭은 기대감과 우려감이 공존한다”며 “테슬라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른 북유럽시장 차량인도 지연과 연기금 주식매각 이슈가 주된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주요 주주들의 투자 철회는 악재로 평가된다. 블룸버그통신과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덴마크의 대규모 연기금펀드인 펜션덴마크는 지난 7일(현지시간)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보유 중인 테슬라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 매체 프리헤스브레베트는 5800만달러 규모로 보도했다.
팬션덴마크 측은 “테슬라가 어느 나라에서도 (노조와) 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 현재 갈등이 덴마크로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우리는 투자자로서 이 회사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것이 테슬라를 투자 제외 목록에 올린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도 테슬라를 감시 대상 목록에 올렸다. 이들은 테슬라 지분 1800만달러를 보유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노르웨이 은행 투자관리(NBIM)도 테슬라에 노동권 존중을 촉구했다. NIBM은 테슬라 7대 주주로 0.88%(약 9조원)의 지분을 보유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머스크의 발언에 따른 리스크도 문제로 제기된다. 머스크는 최근 X(구 트위처) 인수 이후 반(反) 유대주의 게시물 등 각종 혐오표현의 영향으로 광고주 이탈이라는 악영향을 스스로 초래했다. 홍콩계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는 이같은 CEO 리스크에 테슬라 매도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마이클 틴달 HSBC 분석가는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셜미디어서비스(SNS)로 본인의 의견을 자주 낸다. 이는 테슬라 인지도를 높여 광고비를 절약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실수가 반복되면 투자자들은 떠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테슬라는 머스크 '원맨쇼'로 운영되는 회사라며 미래에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비판했다.
다만 테슬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해당 산업을 주도하는 점과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모델 3 하이랜드 공개와 사이버트럭 이익률 상승 등 호재가 추가되면, 전 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며 “내년 글로벌 판매수량 증가, 전기차(EV) 시장 침투율 재상승, 전체 공장라인 가동률 상승 등이 중장기 주가 리레이팅의 트리거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테슬라의 자사주 매입과 컴팩트 차량 출시가 기대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 주주의 투자 이익 감소를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내놨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언급한 50억~1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주당 197달러 가정, EPS 1.6%p 증가 추정)과 콤팩트 차량 출시에 대한 자세한 계획이 나올 경우, 자기자본이익률 제고와 이익 성장성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