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수상자가 호명되고 무대 위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공동 대상을 받은 배우 이제훈과 김태리가 소감 순서를 정하기 위해 즉석에서 주먹과 가위를 뻗어서다. 29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3 SBS 연기대상은 ‘모범택시2’를 비롯해 ‘악귀’와 ‘낭만닥터 김사부3’의 약진이 돋보였다. 순간 최고 시청률 25.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모범택시2’, 7년 동안 모든 시리즈를 성공시킨 ‘낭만닥터 김사부3’, 삼각 공조로 세계관을 넓힌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와 동시간대 1위 드라마였던 ‘악귀’와 ‘7인의 탈출’·‘법쩐’·‘국민사형투표’·‘꽃선비 열애사’·‘트롤리’·‘마이 데몬’ 등이 각 분야 후보에 올랐다.
‘모범택시2’·‘김사부’·‘악귀’가 多 했다
이날 주인공은 ‘모범택시2’와 ‘낭만닥터 김사부3’였다. 올해 시청률 20%를 넘기며 SBS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한 만큼 다양한 부문에서 낭보를 전했다. 네티즌이 뽑은 2023 최고의 SBS 드라마상을 비롯해 우수 연기상과 조연상, 신스틸러상 등 다수 부문을 휩쓸며 7관왕에 올랐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8관왕, ‘악귀’는 6관왕이었다. 마찬가지로 대상 후보를 낸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조연상 하나에 그쳤다.
대상은 이제훈과 김태리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날 대상 후보로 오른 배우는 이제훈을 비롯해 ‘낭만닥터 김사부3’ 한석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김래원과 ‘악귀’ 김태리였다. 이 중 한석규, 김래원이 불참하며 김태리와 2강 구도로 좁혀졌다. 영광을 거머쥔 김태리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소중했던 작품”이라면서 “아직 배우고 있는 연기자지만 언젠간 내가 배운 것들과 받은 것들을 모두 나눠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훈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한다는 이야기가 무겁게 느껴졌다”면서 “실제 사건을 겪은 분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법쩐’ 테이블도, 故 이선균도 없었다
이번 시상식은 시작 전부터 이목이 쏠렸다. 이틀 전 유명을 달리한 고(故) 이선균이 출연한 ‘법쩐’이 올해 SBS에서 세 번째로 인기였던 드라마여서다. 게다가 시상식이 열리는 이날은 이선균의 발인식이 거행된 날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진행자부터 참석자, 시상자 대다수가 검은 옷을 입었다. 1부 축하공연을 맡은 가수 화사는 기존에 준비했던 화려한 무대가 아닌 차분한 분위기의 알앤비 곡 ‘LMM’을 불렀다.
‘법쩐’ 팀은 전원 불참하는 쪽으로 결정했으나, SBS 측은 행사에 앞서 “시상은 참석과 무관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법쩐’에서 수상자는 신인상을 수상한 강유석과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문채원 총 2명이었다. ‘법쩐’에서 이선균 누나 역으로 출연했던 서정연 역시 조연상을 받았으나, 스케줄 문제를 이유로 현장에 자리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법쩐’이 아닌 ‘트롤리’와 ‘마이 데몬’으로 후보에 오른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낭만적 하루”부터 애도까지… 수상자 말·말·말
인상적인 소감이 여럿 잇따랐다. 신스틸러상을 받은 교사 출신 배우 변중희는 “연기대상처럼 내 인생도 3부로 진행된 것 같다”면서 “늙은이가 아니고 젊은 어른이 되도록 성장을 멈추지 않겠다”고 소감을 남겨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김유정은 눈물을 쏟았다. 앞서 올해 데뷔 20년째라고 밝힌 그는 “사실 내가 얼마나 오래 연기했는지도 잘 몰랐는데 이런 질문 덕에 저를 돌아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오래 꿈을 잃지 않고 건강히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상을 수상한 안효섭은 “내가 낭만을 믿을 때 낭만이 생기는 만큼 모두가 낭만적인 하루를 보내시라”고 했다.
이선균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그를 기리는 시간도 있었다. ‘국민사형투표’로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박성웅은 “수상소감보다 편지를 하나 쓰고 싶다”면서 “더 이상 아픔이나 걱정거리 없는 평안한 세상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했다. “오늘 너를 하늘나라로 보낸 날인데 형이 상을 받았다”고 말을 잇던 그는 “언제나 연기에 진심이던, 하늘에 있는 네게 이 상을 바친다”고 덧붙여 현장을 숙연케 했다. 대상을 받은 이제훈 역시 소감 말미에 “너무나도 아픈 날”이라면서 애도의 말을 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인연은 없었지만 그분이 걸으신 길을 보며 롤 모델로 삼았다”면서 “그분께 이 상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수상자(작) 명단.
△ 대상 = 이제훈(‘모범택시3’), 김태리(‘악귀’)
△ 최우수 연기상 시즌제 드라마 부문 = 안효섭(‘낭만닥터 김사부3’), 이성경(‘낭만닥터 김사부3’)
△ 최우수 연기상 미니시리즈 멜로/로코 부문 = 송강(‘마이 데몬’), 김유정(‘마이 데몬’)
△ 최우수 연기상 미니시리즈 장르/액션 부문 = 박성웅(‘국민사형투표’), 문채원(‘법쩐’)
△ 네티즌이 뽑은 2023 최고의 SBS 드라마상 = ‘모범택시2’
△ 우수 연기상 시즌제 드라마 부문 = 신재하(‘모범택시2’), 표예진(‘모범택시2’)
△ 우수 연기상 미니시리즈 멜로/로코 부문 = 려운(‘꽃선비 열애사’), 신예은(‘꽃선비 열애사’)
△ 우수 연기상 미니시리즈 장르/액션 부문 = 이준(‘7인의 탈출’)·홍경(‘악귀’), 이유비(‘7인의 탈출’)
△ 베스트 커플상 = 송강·김유정(‘마이 데몬’)
△ 베스트 퍼포먼스상 = 진선규(‘악귀’)
△ 올해의 팀상 = 돌담즈(‘낭만닥터 김사부3’)
△ 조연상 시즌제 드라마 부문 = 배유람(‘모범택시2’)·장혁진(‘모범택시2’), 손지윤(‘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 조연상 미니시리즈 멜로/로코 부문 = 정순원(‘트롤리’·‘마이 데몬’), 서정연(‘트롤리’·‘마이 데몬’)
△ 조연상 미니시리즈 장르/액션 부문 = 김원해(‘악귀’)
△ 신스틸러상 = 고상우(‘모범택시2’·‘낭만닥터 김사부3’), 변중희(‘모범택시2’·‘낭만닥터 김사부3’)
△ 청소년 연기상 = 최현진(‘국민사형투표’)·한지안(‘낭만닥터 김사부3’), 박소이(‘악귀’)·안채흠(‘모범택시2’)
△ 신인 연기상 = 강유석(‘법쩐’), 권아름(‘국민사형투표’), 김도훈(‘7인의 탈출’), 양혜지(‘악귀’), 이신영(‘낭만닥터 김사부3’), 이홍내(‘낭만닥터 김사부3’), 정수빈(‘트롤리’)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