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금융의 규모가 갈수록 줄어가고 있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대부금융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불법사금융의 규모가 점차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수 대부업자 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키우려고 하지만, 정작 대부업권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다. 은행들이 여전히 대부금융에 자금을 내길 꺼려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부업 대출잔액은 14조5921억원으로 전년 말(15조8678억원) 대비 1조2757억원(8%) 감소했다. 같은기간 대부업체 이용자도 14만1000명(14.3%) 감소한 8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대부중개업자를 포함한 등록 대부업자 수도 47곳 줄어든 8771개에 그쳤다.
이용고객 추세를 보면 대부금융의 축소는 더욱 명확하다. 이용자 수를 보면 △2021년 상반기(1~6월) 123만명 △2022년 상반기 106만4000명 △2023년 상반기 84만8000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대출잔액은 2021년 6월말 14조5141억원에서 2023년 6월말 14조5921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는데, 이는 대부업체들의 대출이 신용대출에서 담보대출로 비중이 넘어간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등록 대부업체 대출잔액(14조5921억원) 중 신용대출은 41.2%(6조171억원), 담보대출은 58.8%(8조5750억원)을 차지하면서 담보대출이 신용대출 비중을 추월했다. 다만 담보대출 마저도 전년 말(8조9048억원)보다 3298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대부금융의 규모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지목된다. 법정최고금리는 2018년에 이어 2021년 잇따라 인하되면서 20%로 맞춰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로 조달금리가 올라가자 대부업체은 신용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비중을 늘려 왔다. 그만큼 저신용자들은 빠르게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대부금융 관계자는 “24%일 시절부터 조달금리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는데, 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수익성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 캐피탈사에서 조달하는 비용 만 하더라도 10%대가 넘다 보니 신규 대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대부금융의 운영 지원을 위해 ‘우수대부업자 제도(대부업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우수 대부업자 제도는 저신용자 신용대출 실적 70% 이상의 업체를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해 대출 중개 플랫폼 진입을 허용해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그간 효과가 미미했던 점을 고려해 금융회사와 대부업권 간 협의체를 구성해 자금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금융 업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혜택을 받을 업체들이 극소수에 불과할뿐더러, 실제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수 대부업자의 은행 차입금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우수 대부업자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 만에 1680억원이 차입됐다. 하지만 2022년 1222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말 추정치는 1072억원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개 플랫폼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19개 업체가 우수 업체에 선정됐지만,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금융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는 한 군데도 없다.
그나마 금융당국의 우수대부업 제도개선 작업 이후 우수 대부업체에 대규모 지원 정책을 계획한 곳은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우수 대부업체에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해, 저신용자 서민들이 현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금융 업권에서는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대부업권만이라도 법정 최고금리를 조달 금리 수준에 맞춰 변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하고 있다. 만약 이게 어렵다면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나온다.
대부금융 관계자는 “상위권 대부금융사들도 사실상 영업정지 수순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보니 서민금융 자금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다면 상생 금융 재원으로 우수 대부업자 차입을 확대하면 저신용자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