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적 수준인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을 지방정부 중심으로 대수술해야 합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8일 경북도청에서 가진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 끝장토론에서 “그동안 중앙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은 수도권 중심, 백화점식 정책들로 펼쳐졌다”면서 “이는 저출생의 근본원인인 지나친 경쟁사회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와 같이 지적했다.
이날 오후 도청 화백당에서 진행된 끝장토론은 실국장 및 직원, 출자출연기관장 등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전문가 패널로는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근태 고려대학교(세종) 공공사회학전공 교수, 이재춘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 김수연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유하영 안동시가족센터장 등이 함께했다.
또 도민은 다문화 가정과 다자녀 가정, 예비부부, 외국인 등 7명이 참석했다.
국가차원의 저출생 대책, 무늬만 저출생 대책
2019년 유엔이 발표한 세계인구전망에서 우리나라 2100년 인구를 2106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저출생 극복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출산율이 0.7명까지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15년 동안 38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만족할만한 출산율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경북도는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그간 중앙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은 ‘무늬만 저출생 정책’으로 규정하고 지방정부 중심의 저출생 대책이 수립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추가재원 마련 ▲예산의 포괄적 이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출생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균형발전 정책 실패와 닮아
이철우 지사는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실패사례와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양상을 띤다”고 언급하며 “실행력 없는 위원회 조직, 중앙부처 중심의 정책설계, 지방정부의 권한과 예산 부재가 저출생 대책의 실패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저출생 예산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해 못할 부문이 많다.
‘제1차 저출산 기본계획’을 보면 가족여가진흥이라는 이름으로 템플스테이 운영, 종교문화 행사지원 예산이 저출생 예산으로 잡히는 등 저출생 문제 해결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없고 효과성도 낮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가장 최근인 ‘3차 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
고성장 기업에 대한 R&D와 대학에 대한 인문역량 강화사업 등 저출산 문제해결과의 인과관계가 약한 사업들이 다수 담겼다.
이 지사는 “그간 국가균형발전도 연간 5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지만 인구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살 정도로 수도권 집중은 심화되고 지방은 소멸위기에 처했다”면서 “실행력 없는 균형발전위원회와 중앙부처 중심의 정책패러다임을 고치지 않는 한 해답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보다 5배 비싼 서울아파트, 결혼도 힘들고 아이낳기도 두려워
경북도는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서도 해법은 지방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사회전반에 결혼을 위해 필요한 보금자리, 양육비용 등이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졌다.
서울과 지방과의 아파트 기격은 약 10억원의 차이가 난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 9490만원이다.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2억 6557만원과 약 5배차이다.
아직 경제적 자립이 되지 않은 20대의 "내 집을 마련하면서 결혼한다"는 꿈은 현실의 벽이 너무 높은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철우 지사는 “안정된 보금자리가 저출생 대책의 첫 번째 해법이고 안정된 보금자리가 준비된 지방으로 젊은이들이 내려오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톡톡튀는 ‘저출생 극복’ 아이디어 266개 제안
이날 업무보고와 함께 진행된 끝장토론은 경북도청 전 실국과 출자출연기관 전체가 자기업무영역에 관계없이 전문가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일·보금자리 대책 ▲결혼·출산지원 대책 ▲완전돌봄 ▲일가정 양립 ▲외국인 정책까지 총 266개의 정책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대표적인 10개 과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완전 돌봄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아이돌봄 시범타운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주목받았다.
특히 사교육비 등 목돈이 드는 시기에 대비해 부모와 지방정부가 함께 적금처럼 적립하는 공제제도 도입을 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돼 참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이 지사는 “보금자리 정책과 완전돌봄 정책을 한곳에 집중투자해 국가적으로 모범이 될 수 있는 ‘저출생 극복 시범도시’조성과 관련 정책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경북도는 향후 ‘저출생극복 비상대책TF’를 구성해 제안된 아이디어를 ‘저출생 극복 정책메뉴판’ 형태로 만들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저출생 극복 국민운동’으로
이 지사는 “저출생은 우리나라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과 경쟁사회로 인해 발생한 역사가 응축된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자신감을 회복한 경험을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경북연구원과 별도의 팀을 구성해 저출생 극복을 위한 운동을 국가전체로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 저출생 문제는 사회전체의 구조적 문제인 만큼 국가전체를 대개조 한다는 총제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 “경북도가 저출생 극복 시범도시 같은 다양한 정책실험을 통해 지방을 아이낳고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들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