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자신의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악용됐다며 지급정지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곧이어 모르는 연락처로 300만원을 송금하면 신고를 풀어주겠다는 협박문자를 받게 됐다. 막막했던 A씨는 은행에 찾아가 피해사실을 전달했는데, 은행 창구 직원이 “협박문자를 보여주면 계좌를 풀어줄 수 있으니 걱정 말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한 통장협박 사기 수법에 피해자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지급정지 신속해제 제도가 신설됐다.
금융위원회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한 통장협박, 간편송금서비스를 이용한 보이스피싱에 대응해 신속한 피해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고객의 계좌 개설시 금융회사의 금융거래목적 확인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통장협박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구멍을 악용한 새로운 금융범죄 수법이다. 금융회사는 해당 법상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해야 한다. 신고인이 요청하면 지급정지를 바로 풀 수 있지만, 신고를 당한 피해자는 지급정지를 바로 풀 수 없다.
피해자 계좌에 소액을 입금하거나 사기로 입금을 유도한 후 보이스피싱 신고로 계좌를 지급정지 시킨다. 이후 통장협박에 당한 피해자에게 접근해 현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면 신고를 취하하는 식이다. 만약 현금 요구를 거절할 경우 피해자는 최대 수개월 동안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진다.
그간 통장협박에 당한 피해자들은 마땅한 근거 법이 없어 금융사, 경찰,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들이 제대로 된 대처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 통과에 따라 금융사 차원에서 즉각 대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통장협박 유형의 변종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해 통장협박 피해자도 피해금 편취 의도가 없음을 소명하는 객관적인 자료(예: 협박문자 등)를 가지고 금융회사에 이의제기를 신청하면 피해금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한 신속한 지급정지 해제가 가능해진다.
또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간편송금 방식을 통해 이전시킴으로써 계좌의 추적을 어렵게하는 지능적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서도 금융회사-간편송금업자 간 계좌정보 공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계좌 개설 시 금융회사의 금융거래목적 확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적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금융회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와 관련돼 있는 경우 계좌 개설을 거절하고, 증빙자료 미비 시 한도제한 계좌로 개설할 수 있게 돼 제도 운영의 실효성 제고 및 대포통장 방지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친 뒤,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인 오는 8월 초에 시행될 예정”이라며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조속히 마련하여 차질없이 법 시행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