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본업에서 주춤하면서 다소 부진한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그간 부수적인 사업으로 여겨졌던 윤활유 부문이 점차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정유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이 일제히 주춤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액 77조2885억원, 영업이익 1조9039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은 0.9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1.4%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주요 사업인 정유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8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76.1% 감소했다. 정제마진 약세,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매출액 35조7272억원, 영업이익 1조418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5.8%, 58.3%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정유 부문이 26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대비 정유사업 비중이 80~90%대를 차지하는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7.9% 감소한 6167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GS칼텍스 역시 비슷한 흐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윤활유 부문만큼은 다른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윤활유 사업으로 99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9% 감소했지만 정유 부문이 고전하는 가운데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며 과거 10%대였던 실적 비중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윤활유 부문에서 226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같은 기간 정유 부문 손실을 충당했다. 지난해 사업부문별 영업이익도 8157억원을 기록하며 정유(3991억원), 석유화학(2037억원) 대비 두각을 나타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해 4분기 정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이 각각 영업손실 729억원, 339억원을 기록할 때에도 윤활기유 부문 홀로 흑자 34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의 부진이 상대적으로 윤활유 등 신사업의 비중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2022년부터 이어져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이 불안정해진 천연가스(LNG) 대신 경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같은 공정에서 생산되는 윤활유의 생산량이 감소해 마진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주요 정유기업들은 윤활유 부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초 HD현대사이트솔루션에 산업차량용 윤활유 ‘엑스티어(Xteer)’를 공급하면서 북미 윤활유 시장에 진출했으며, GS칼텍스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전기차용 윤활유 ‘킥스 EV’와 하이브리드카 전용 엔진오일 ‘킥스 하이브리드’ 등을 선보였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자회사 SK엔무브를 통해 전기차용 윤활유 사업을 확장하고 2040년 글로벌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