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신인그룹’ 라이즈와 ‘하이브 신인그룹’ 투어스의 음원 순위 경쟁이 격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라이즈는 올해 초 내놓은 ‘러브 119’(Love 119)로 한 달 넘게 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투어스의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순위를 맹렬히 역주행하는 중이다.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편안하게 들을 만한 음악)이 보이그룹 새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누가 ‘남자 뉴진스’이 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붙박이’ 라이즈, ‘역주행’ 투어스 인기 비결은
13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러브 119’은 지난 5~11일 멜론 주간차트에서 4위에 올랐다. 라이즈가 이 곡으로 달성한 최고 순위다. ‘러브 119’은 발매 첫 주 같은 차트에 22위로 진입해 점차 순위를 높여왔다. 가수 이지의 히트곡 ‘응급실’을 샘플링한 이 곡은 복고풍 정서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카펠라를 강조한 초창기 동방신기, 음악을 브랜드화한 샤이니 등 고전적인 SM 보이그룹 형태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세븐틴 동생그룹’으로 유명한 투어스도 기세가 만만치 않다. 같은 시기 멜론 주간차트에서 11위를 차지했다. 전주보다 50계단 오른 순위다. 가요계는 투어스가 음악방송에 출연한 후 차트 역주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데뷔 전 베일에 싸여있던 멤버들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고 음악도 대중적이라 호응을 얻었다는 게 가요 관계자의 설명이다. “후렴구를 기억하기 쉽고 멤버들 나잇대에도 어울리는 귀여운 노래”(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란 평가도 나온다.
보이그룹 ‘그사세’는 옛말…대세는 ‘이지 리스닝’
한때 보이그룹 음악은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로 불렸다. 팬덤은 크고 결집력이 강한 반면,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아서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락-스타’(樂-STAR) 등 음반 4장을 미국 빌보드 메인 음반차트 1위에 올렸지만, 국내 음원차트(멜론 일간 기준)에선 100위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해외 팬덤을 공략한 강렬한 음악과 복잡한 서사에 대한 반작용이 이지 리스닝 유행을 불러왔다고 봤다. “퍼포먼스와 메시지를 강조한 보이그룹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고”(김 평론가), “해외 팬덤과 국내 대중의 분리가 심화”(정 평론가)하자 듣기 편한 음악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걸그룹 가운데선 뉴진스가 ‘디토’(Ditto) 등 차분한 음악을 성공시키며 이지 리스닝을 유행시켰다. 보이그룹의 경우, 거대한 기획을 시도하기 어려운 중소형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감성적인 팝 음악을 발표해왔다. 정 평론가는 “NCT 드림이 리메이크한 H.O.T. 히트곡 ‘캔디’가 NCT 발표곡 가운데 ‘영웅’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냈고, 기억하기 쉬운 후렴을 가진 그룹 세븐틴 유닛 부석순의 ‘파이팅해야지’도 히트하면서 다른 보이그룹의 음악적 방향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짚었다. 김 평론가는 “K팝 시장 상황과 복잡다단한 기획에 피로를 느낀 대중과 제작자 등의 사정이 얽히며 생긴 경향”이라며 “이지 리스닝 유행이 정점을 찍으면 이전과 같은 강렬한 음악이나 방대한 서사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