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대출이 170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재차 갱신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 속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하면서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다. 규제 도입으로 주담대 증가폭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들은 새로 취급하는 주택담보 가계대출의 DSR을 ‘스트레스 금리’ 기준으로 산출한다. 스트레스 DSR 규제는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따지는 것으로 대출 한도가 기존 방식보다 줄어들게 된다.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에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가계대출이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4000억원으로 2022년 말(1867조6000억원) 대비 18조80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해 주담대는 전년대비 15조2000억원 늘어난 1064조3000억원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이처럼 주담대가 급증하는 추세가 멈추지 않자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규제를 통한 가계대출 억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 세부 내역을 보면 기존 DSR 규제에 스트레스(가산) 금리 1.5%를 더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오는 6월30일까지 적용될 스트레스 금리는 0.38%로 당국이 먼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를 25% 더하고 하반기에 50%를 적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산출된 스트레스 금리를 모두 반영하게 된다. 이는 정책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다. 실제 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까지 더한 스트레스 DSR을 적용해 금리가 오를 경우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어날 상황까지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차주별 주담대 대출한도는 변동형·혼합형·주기형 대출유형에 따라 약 2~4% 차등 적용된다. 가산 금리는 최근 5년 간 최고 대출 금리에서 현재 금리를 뺀 값으로 산정되며, 대출 유형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100%, 고정금리(혼합형) 대출은 최대 60%까지 반영된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가 5%이고 가산금리가 1.5%인 경우, 변동금리 대출의 한도 산정 시에는 6.5%, 고정금리 대출에서는 5.9%의 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당국은 스트레스 금리 반영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면서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 오는 6월부터는 만기 5년 미만, 1억원 초과 은행권 신용대출에도 스트레스 DSR을 적용한다. 더 나아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주담대에도 같은 스트레스 DSR를 적용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별 금융회사의 유형별, 용도별 대출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자체 관리방안 등을 협의할 방침”이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한 대출 수요 확대와 금융권 과당 경쟁 우려 등 어려움이 있지만 엄정하게 관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