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 대안으로 서울시립대가 구상했던 공공의대 신설은 잠정적 유보된 상태다. 최근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된 의료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서울시가 공공의대 신설을 밀어붙이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서울시립대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립 종합대학으로, 학교 운영관리에 관한 사항에 대해 서울시장의 지휘 및 감독을 받는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지난해 11월 언론을 통해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공립의대 설립 구상을 공개했다. 교육기관으로서 공립의료기관에 의사 인력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공급이 부족한 필수 의료과를 중심으로 전공의를 수련·육성하고, 서울 의료원 등 12개의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을 의대 부속 대학병원으로 정비해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게 원 총장의 계획이다.
시립대가 의대 설립 방안을 공개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조희선 서울시립대 홍보팀장은 “공립 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싶지만, 시의 검토 없이 멋대로 추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의대 신설 관련해 공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시는 시립대의 의대 신설 방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화하진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립의대 추진 시점으로 현재가 적합하지 않다”면서 “시립대 의대 신설 추진은 아직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서울시와 수도권 공공의대 설립을 회의적으로 봤다. 서울 지역 내 추가로 의대를 신설하는 것보다 지방 의료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공공의대 설립은 전체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는 전제하에 찬성”이라면서도 “공공의대 설립의 주된 이유가 필수 분야 의료 인력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인데, 시에서 하는 공공의대 명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도 “공공의대는 지역의사제와 맞물려있다”며 “의대 인원 증원도 비수도권 중심이다. 현재는 지방 의사 인력 문제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체계관점에서 봤을 때 시립대를 포함한 수도권 공공의대 신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논리성 부족으로 정책이 동력을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원용걸 서울시립대학교 총장은 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좋다고 하지만, 빈곤 동반한 고령층, 저소득층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권역별로 지역 의료기관 의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공공의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립대 공공의대 설립 추진 계획에 대해선 “커리큘럼 준비나 교수 인원 확보 방안 등 의대 설립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와 의사단체 등 여러 입장과 유동적인 상황이 있기에 현재로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 핵심 인력인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안에 반발하며 집단사직을 시작했다. 전공의들에 이어 인턴, 전임의들까지 이탈하면서 의료대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정부는 보건의료재난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