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 마지막 주말, 여야 유세에는 ‘대파’가 중심에 섰다. 사전투표소에 대파를 들고 갈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유권자 안내 내부 지침이 총선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6일 경기 용인 수지구 풍덕천사거리에서 지원 유세를 하던 중 ‘대파 헬멧’을 들어 올렸다. 대파와 쪽파를 붙인 헬멧으로 한 지지자가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을 비판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달 윤 대통령은 과일·채소 가격 급등과 관련해 민생점검 차 농협 하나로 마트를 찾았다. 당시 대파를 보며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말했다. 정부 유관기관 산하의 하나로마트가 현장 방문에 맞춰 싼 가격에 대파를 내놨다는 의문이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
논란은 선관위의 조치로 인해 더욱 불이 붙었다. 한 유권자가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질의에 선관위가 제한이 필요하다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투표소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항의하는 정치 행위를 할 경우 다른 선거인에게 심적 영향을 줄 수 있고 비밀 투표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로 자리를 옮겨 진행한 후보 지지 유세에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면 안 되는지, 대파 갖고 테러라도 한다는 것인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칼틀막’, ‘입틀막’도 부족해 이제는 ‘파틀막’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기 이천 지원 유세에서도 “물가가 얼마나 올랐으면 대파를 사 먹기도 어렵게 됐나”라며 “물가, 월세 다 올랐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대파 논란 관련 맞대응에 나섰다. 물가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민주당의 ‘대파 희화화’가 옳지 않다며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6일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물가를 저희가 더 잘했어야 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다”며 “저희가 더 최선을 다해 물가를 잡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민주당 측에서 ‘투표장에 대파를 들고 가지 못하게 한다’는 걸 갖고 계속 희화화하고 있다. 희화화한 것 말고 한 게 뭐가 있느냐”며 “일제 샴푸, 위조된 표창장, 법인카드, 여배우 사진을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을 비판하는 물품을 예시로 들며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클린선거본부는 이날 선관위에 △일제 샴푸 △초밥 도시락 △법인카드 △형수 욕설 녹음기 △위조 표창장 등을 투표소 입장 시 지참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투표소 내 정치 행위를 금지한 선관위의 조치마저 네거티브 소재로 삼는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