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반도체 겨울을 넘어 완연한 봄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5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지난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 순이익 1조9170억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매출은 1분기 실적 중 최대다. 영업이익도 1분기 기준 지난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734%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수준은 2022년 4분기 1조8984억원, 지난해 1분기 3조4023억원, 2분기 2조8821억원, 3분기 1조7920억원이다. 총 9조974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반등이 본격화됐다.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 긴 적자의 고리를 끊었다. 주력 제품인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 HBM3 등이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 속 업황 반등이 주효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HBM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등세를 본격화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최고 성능 제품 적기 공급,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로 실적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HBM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 질의응답에서 경쟁사들이 HBM 등을 확대,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2024년 이후 HBM 시장은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 증가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으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존 고객, 잠재 고객과 함께 오는 2025년 이후 장기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3E 양산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됐다. HBM4 생산을 위해 대만 TMSC와의 MOU도 체결했다. 오는 2026년부터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성능, 원가 상승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HBM에 비해 가격 프리미엄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도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신규 팹인 청주 M15X를 신규 D램 생산기지로 결정했다. 해당 팹 건설을 가속화하는 등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적기 투자를 진행한다. 중장기적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등 미래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실적도 반도체 훈풍을 타며 날아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연결기준 지난 1분기 매출 71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37%, 영업이익은 931.25%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은 6400억원에 불과했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흑자전환을 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연구·개발 및 투자를 지속하며 한 걸음 더 큰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경기 용인 기흥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한다. 미국 텍사스주에도 60조원 이상을 투자, 반도체 공장 및 연구개발시설 등을 짓는다. 삼성전자는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칩 ‘마하1’도 준비 중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DS 부문 관련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점검했다”며 “미래 기술에 대한 충분한 인적·물적 자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